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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 컴플렉스로 얻은 능력 본문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 최영선 옮김
#. 누구나 가진 약점, 컴플렉스
누구나 컴플렉스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난 어릴 때부터 내 두꺼운 다리가 컴플렉스였다. 상체는 말랐는데 하체만 두툼하니 어떤 옷을 입어도 테가 나지 않았고, 내 두꺼운 다리가 드러날 까봐 밖으로 나갈 땐 반바지는 되도록 입지 않았다. 거리에 나가 다리가 날씬한 사람들만 보면 한없이 부러웠고, 바꿔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매끈한 다리는 내 이상향과도 같았다. 내 다리는 단순히 살을 뺀다고 빠지는게 아니었다. 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났고, 마사지를 한다고 예쁜 다리가 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다.
어릴 때 아빠가 다리 마사지를 많이 해줘서 다리가 날씬하다는 옥주현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매일 다리를 주물러줘서 이쁘게 만들어줘야지 다짐도 했었다.
나이가 들자 다리에 대한 컴플렉스는 조금 옅어졌다. 다리에 신경을 쓸만한 여유도 없었고, 다리가 튼튼한게 체력을 뒷받침해주는 좋은 밑거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며, 외모를 가꾸는데 큰 신경을 쓰지 않게된 것이 컸다. 결혼을 하고 딸을 얻었지만, 두 딸들에게 그렇게 필사적으로 다리 마사지를 해주지는 않고 있다. 워낙 둘다 활동적이어서 살찔 틈이 없거니와 아직 중학생도 안된 아이들이 그저 튼튼하게만 자라줬으면 했다.
라울 따뷔랭에게는 자전거가 컴플렉스였다. 누구보다 자전거를 사랑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탈 수 없는 그 자전거를 그는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분해하여 연구하기에 이르렀고, 누구보다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마을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며 자전거는 곧 따뷔랭이라고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자전거를 못타는건 컴플렉스, 즉 그에게는 가장 큰 비밀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의 큰 비밀을 고백했을 때 상대는 그걸 농담이라 여기며 떠나버렸다. 그 누구도 그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큰 사건이 벌어진다. 마음을 나눌 만큼 친해진 마을의 사진작가 에르베 피구뉴는 그에게 자전거를 타는 역동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자고 제안했다. 따뷔랭은 지금까지 잘 숨겨온 그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절벽에 가까운 높은 곳에 올라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남기자는 피구뉴에게 그는 차마 그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고, 결국 무리하며 내려오다 심하게 다쳐 석달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동안 피구뉴가 찍은 따뷔랭의 자전거로 언덕을 날아오른 사진은 대서특필되어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사실 피구뉴에게도 컴플렉스가 있었다. 그는 완벽한 사진을 찍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의 찰나를 찍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따뷔랭의 그 사진을 찍음으로써 비로서 그 순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셔터를 눌러 찍은 것이 아니었다. 따뷔랭의 돌진으로 놀라 사진기를 떨어뜨렸는데, 땅에 닫는 순간 셔터가 눌러진 것이었다.
이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피구뉴에게 따뷔랭은 비로소 자신의 컴플렉스를 고백했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이 회복된다.
#. 그림만큼 뛰어난 글솜씨
작가 장 자크 상뻬는 원래 삽화가이나, 글솜씨 또한 뛰어나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약점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을 이렇게 위트있게 진행해 나간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길지 않은 단편소설에 가깝지만, 오랜만에 깊게 빠져읽을 만한 글과 그림이었다. 그림은 더할나위 없이 뛰어난데, 처음엔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디테일이 대단하다. 축약된 선으로 사물을 인지하게 만드는 그의 데생실력은 그가 왜 프랑스의 데생 1인자인지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