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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 힐 : 소심한 남자의 판타지 본문
1999년작, 로맨스/코미디, 2시간 4분
적어도 50번은 족히 보지 않았을까. 집에 티비가 있던 시절에는 케이블 채널 곳곳에서 나왔다. 나온지 오래되서 저작권료가 저렴한지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시간에 편성해 틀어줬다. 그걸 다 보고 있는게 우습지만, 소파에 누워 멍하게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대부분 멈추고 봤다.
아이들 덕분에 집에 티비가 치워지자 하릴없이 채널이나 돌리던 버릇도 치워져 버렸지만, OTT의 시대가 도래한 덕에 넷플릭스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채널을 뒤적거리는 대신 넷플릭스 컨텐츠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는 새로운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들락거리다 노팅힐을 발견했다. 그 때부터였나. 자기전 안정제 복용하듯 자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뻔한 영화를 왜 그리도 열심히 볼까?
#. 상황 연출의 탁월함
윌리엄(휴 그랜트)가 안나(줄리아 로버츠 역)를 친구 맥스의 집에 데려가 함께 어울리는 장면. 처음엔 셀럽의 등장에 놀라워 했지만 이내 함께 어우러지며 편안해진다. 그건 서로가 자신에 대해 솔직함을 위트있게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하나 남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누가 더 불행한지를 말하는 시간은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아름다웠다.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고, 그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며, 데이트 상대가 이들과 어우러져 편안한 상황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원래 다르도록 태어났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래서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우며 여러 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흔치 않다. 더구나 데이트 상대가 그런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확률은 더 낮다. 안나가 떠나고 그 공허함을 메우려 다른 데이트 상대를 만나보지만, 이를 증명하듯 다들 달라도 너무 달랐다.
#. 현실에서 벗어난 극적인 판타지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도 사소한 오해가 급격히 커져버리고 그러면서도 첫눈에 반한 둘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건 안나였다. 셀럽이기에 주변의 시선이 항상 부담스러웠지만 그의 앞에 용기내어 나타난다. 소심한 윌리엄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한번의 용기로 결실을 맺었다. 이혼 경험이 있는 허름한 동네 책방 주인이 세상 누구나가 아는 유명 연예인과 이어진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느꼈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분명 남자일 것이며 그는 자신이 가진 판타지를 펼쳐낸 것이 명백해 보였다. 극적인 판타지를 보면 각박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으니 계속 찾아보는건 아닐까.
#. 번외로...
미드 'The O.C.'로 유명한 미샤 바튼의 어릴적 모습을 엿볼 수 있다.
The O.C.로 한창 잘나가던 2000년대 시절에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셀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습이 사라졌다. 2020년에 찍은 사진에 내가 알고 있던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The O.C.'에서 너무나 갑작스런 유명세에 고통받았고 그로 인해 약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가 사귄 남자친구들과 소송전을 벌이기까지 했으니 마냥 어렸던 그녀는 강인한 인간이 되어버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