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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KFC 앱을 설치하면 징거버거 500원!

캬옹몽몽이 2022. 9. 30. 06:28

어젯밤 기름진 KFC 치킨이 떠올랐다. 일반 치킨 집에서 먹는 그런 치킨 말고, 한입 베어 물면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그 기름진 KFC 치킨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점심시간 즈음에 집근처 KFC 매장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는 희한한 구성을 가진 매장이 있는데, 버거킹과 KFC가 나란히 있는 것이다.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나란히 있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주인이 같으니까. 그런데, 주인이 다른 버거킹과 KFC가 나란히 있는 건 정정당당히 겨뤄보자는 뜻인가, 아니면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일까.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해보곤 한다.

버거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KFC 문은 닫혀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이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수익성 때문에 시간을 조정한 듯 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KFC 앱을 찾아봤다. 버거킹, 맥도널드 다 있는 앱이니 이것도 있겠지 싶었다. 경쟁사가 하는 걸 안 할 이유는 없다. 내부든 외부든 남들 하는 거 안 해서 사업 안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앱을 설치하고자 했던 건 분명 약간의 적립 구조는 있을 것이며, 그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간단한 가입절차 및 인증절차를 거치고 난 뒤 로그인을 하니 쿠폰 메뉴에 쿠폰이 12개나 있었다. 자주 먹는 게 아니니 나에게 그 쿠폰들이 큰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꽤 괜찮은 쿠폰이 있었다.

가입 즉시 제공되는 "징거버거 500원 쿠폰"

 

징거버거에 들어가는 닭가슴살 패티도 꽤나 기름지니 이걸로 퉁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기름진 치킨으로 몸을 더럽히겠다 싶은 죄책감이 조금 사그라졌다. 

어느새 문이 열린 매장은 조용했다. 키오스크 2대로 대체되어 카운터는 분주하지 않고 주방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주문하는 자와 주문받는 자의 대화가 사라지니 음소거된 썰렁한 매장 같았다. 키오스크로 인해 카운터에서는 주문을 받지 않아도 되니 카운터에는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있어봤자 이런저런 질문만 받게 될테니 그럴테고, 주문받는 사람이 없으니 그만큼 인원도 줄어있는게 느꼈졌다. 패스트푸드 매장을 가면 기본 6명은 항상 있었다. 주문은 2~3명이 받고, 주방에서는 3~4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신없는 풍경을 봐왔는데, 키오스크 하나로 이런 분위기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커다란 화면 앞에서 메뉴를 찾아 눌러대는 게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안해본 건 아닌데 매번 그렇다. 화면이 커서 뒤에 서 있는 사람이 관심만 가지면 내가 뭘 먹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신경쓰이고, 한번에 완료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인상을 남기기도 싫어서이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소심한 이에게는 그런 사소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키오스크 앞에서도 난 끼인 세대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키오스크가 최대의 적이다. 사용할 줄 모르는데,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이도 없다. 사용할 줄 모르니 구매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젊은 세대들에게 키오스크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인건비 대체재로서 키오스크는 없는 곳이 별로 없을 정도며, 새로 생기는 음식점 매장은 자리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할 정도이니 핫플레이스에 자주 다니는 그들에게는 오히려 편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나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인 것이다. 할 줄은 아는데, 그렇다고 자연스럽지는 않은 그런 끼인 상태. 뭔가 씁쓸했다. 끼인 시대에 태어나 이것저것 다 끼어있다니. 내가 샌드위치도 아니고. 

겨우 주문을 마치고 포장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원했던 텐더와 코울슬로, 비스킷을 주고, 나는 징거버거의 포장을 뜯었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포장을 열 때 그 허탈감이 오랜만에 밀려왔다. 몇달 동안 햄버거를 안먹은 건 처음이구나 싶으면서, 포장지 안에 성의없이 포개져 있는 햄버거를 봤다. 메뉴를 주문할 때 보는 그 비주얼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먹음직스럽다. 더구나 배고플 때 먹는 것이니 그 사진 한장이 주는 갈망과 군침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막상 받아든 완성품은 압착된 빵과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패스트푸드. 빨리 음식을 제공해주는 곳에 가서 저 사진과 똑같이 주세요 하고 요구하는 건 너무한 요구다. 비주얼을 원했다면 수제버거집을 갔어야지. 하지만, 사진으로 생겨버린 기대와 결과물의 괴리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래서 수익을 낸건가 싶기도 했다. 언젠가 항상 적자가 지속되던 KFC가 KG그룹이 인수한 뒤로 흑자전환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요즘은 어떤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KFC를 비롯, 버거킹, 맥도널드, 맘스터치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모두 매물로 나와있다는 최근 기사가 있었다. 버거킹, 맘스터치는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으니 때되면 팔테니 그렇겠다 싶었지만, 맥도널드는 2016년부터 미국 본사가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의외였다. 제일 의외는 KG그룹의 KFC. 매장 수는 현저히 적지만 나름 수익화에 성공했고, 회장의 자녀 승계구도에 활용된다는 점도 있었는데, 왜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인수한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와의 시너지가 없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요즘은 마케팅 활동도 많이 안하는구나. 햄버거 광고 본지 오래된 것 같은데?

KFC 앱 깔면 5천원 짜리 징거버거 5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글을 남기려 시작했다가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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