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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 에이드리언 심콕스에게는 말이 없다 : 상상에 한계는 없어 본문
글 마시 캠벨, 그림 코리나 루이켄, 옮김 김경미, 펴낸 곳 도서출판 다산기획
클로이는 말을 가지고 있다는 에이드리언을 의심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그가 말을 절대 가질 수 없었다. 에이드리언은 도시에 살며, 집이 작아 마당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이고, 가난했다. 이 책의 화자인 클로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읽어주는 동안 나는 클로이의 시각과 같았다. 대체 말이 어디 있다는 거야?
그 말은 상상 속에 존재했다. 에이드리언은 상상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의 상상 속에 살고 있는 말은 "하얀 털과 황금빛 갈기가 있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진한 갈색 눈을 가졌"다고 했다. 에이드리언의 말을 받아들이고서야 비로소 클로이의 눈에 말이 들어왔다. 어지러히, 들쑥날쑥 뻗어있는 잡초들과 꽃들 사이에서 하얀 털을 지닌 말이 보였다.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통해 눈 앞에 펼쳐진 공간에서 다른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꽤나 부러운 능력이었다. 나는 눈 앞에 있는 무성한 풀들과 꽃들은 그저 그것만으로 보일 뿐이고,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응시하다가 "아, 잡초가 많네. 가지런히 정리할 방법이 뭘까?"를 떠올릴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둘째는 책을 다 읽고나자 나에게 말을 찾아보라고 했다.
"말이 또 있어?"
"응. 많아. 아빠도 찾아봐."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둘째의 말을 듣고 책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다시 살펴봤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 말이 숨겨져 있었다. 그제서야 책 표지에도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숨겨진 말을 찾을 때마다 둘째가 나를 칭찬해줬다. 책 읽어주고 칭찬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림작가는 그림의 착시효과를 활용해 멋진 말을 만들어냈다. 현실적이기만 한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안겨줬다. 그리고, 둘째에게는 여러 시선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 글쓴이와 그림작가는 어떻게 만났을까?
마시 캠벨은 이 책을 처음으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미국의 동쪽에 있는 오하이오 주에 살고 있다. 그림을 그린 코리나 루이켄은 미국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워싱턴 주에서 살고 있다. 두 작가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는지는 일부분 살펴볼 수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극복하고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글은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 시대에 소통할 수 있는 도구들은 많지만, 대면하지 않은 채 생각을 나누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연 또한 쉽지 않은데, 함께 두 권을 작업할 수 있게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각기 작가의 성격에 맞게, 마시 캠벨은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일기에 가까운 블로그를 소개하고 있다. 반면 코리나 루이켄은 그림작가로,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간단한 사이트를 갖추고 있다.
https://www.corinnaluyken.com/
#. 이 책의 가치는 글에 두어야 하나, 그림에 두어야 하나?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계기는 무엇일까. 상상력을 발현하는 놀라운 일은 각박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고, 또한 현실이 힘들다고 해서 상상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마시 캠벨의 글은 새삼 현실에 갖혀 있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 더불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코리나 루이켄의 그림은 이 글에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상상력을 논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올 수 있었던 계기가 코리나 루이켄이 이전 작품에서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출판되어 팔리려면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적 요소가 필요하다. 세상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상을 받은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것만큼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소스는 없지 않은가. 둘째가 이 책을 자기 전에 골라오는 이유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책 속의 그림을 보며 많은 것을 상상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