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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 : 최초의 추리소설 본문
#. 우울과 몽상
허세 가득한 어린 시절, 두꺼운 책을 사겠다며 그럴싸한 책을 찾아다녔다. 책장에 놔두면 장식 효과도 얻고, 나 이런 것도 읽어 하는 허세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딜 가지고 나갈 수 없을만큼 무거워서 지하철 타는 시간에 읽을 수 없었고, 자랑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초대를 즐겨하지도 않고, 누가 온다고 이런 책 있어요 자랑도 하지 않기에 책장 한켠에 자기만족으로 남을 뿐이었다. 그런 책을 20년만에 꺼내들었다. 이제는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모르그 가의 살인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니. 이 소설은 에드거 엘런 포가 1841년에 집필한 작품으로, 추리소설의 시초로 여겨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오귀스트 뒤팽. 뒤팽이라. 이름을 읽으면 괴도신사 루팡이 생각난다. 아르센 뤼팽.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1907년부터 연재한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다. 60년 정도가 지나 나온 이름이니 모리스 르블랑은 뒤팽이라는 이름에서 뤼팽의 이름을 착안하지 않았을까?
사건은 미궁 속이었다. 모르그 가에서 모녀가 죽었는데, 문과 창문이 모두 잠겨있었다. 모녀는 모두 타인에 의해 죽었다. 밀실살인이 일어난 것이다. 뒤팽은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신문에 실린 사건을 읽고 이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당시에는 탐정의 개념이 없었고 그게 직업일 수도 없었다. 다만,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겠다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집으로 들어간 6명에게서 증언을 듣는다. 6명의 증언은 엇비슷했지만, 당시 범인의 짧은 비명같은 소리를 모두 다르게 해석했다. 누구는 러시아어라고, 누구는 프랑스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그 언어를 알지 못했지만 그렇게 들렸다고 했다.
범인은 놀랍게도 오랑우탄이었다. 뒤팽은 몇가지 작은 단서를 통해 사람이 아닌, 힘이 강한 동물에게 살해당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뒤팽은 신문에 오랑우탄을 포획했으니 소유자가 나타나면 돌려주겠다는 광고를 냈고, 실제로 주인이 나타나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오랑우탄의 주인은 선원이었는데, 프랑스에 어떻게 데려왔고, 그 동물이 어떻게 탈출했는지를 상세히 말했다. 그리고, 그 동물이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모습은 뒤팽이 추리한 바로 그대로였다.
최초의 추리소설 속 범인은 오랑우탄이라는게 놀라웠다. 작가의 이야기 출발지점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다. 사건이 확실히 미궁에 빠지려면 그 누구도 관계된 "사람"이 없어야 했을테니까. 그리고, 야생의 시대가 끝난 시절에 괴력을 지닌 동물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긴 어렵지 않은가.
셜록 홈즈를 만들어 낸 코난 도일도 사실은 에드거 앨런 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낸 것이었다. 뒤팽과 그를 돕는 "나"가 있는 점, 뒤팽의 뛰어난 관찰력과 이를 단서로 잇는 통찰, 뒤팽과 나는 함께 지내며, 추리를 증명해내고, 경찰을 믿지 않는 등 기본바탕이 되는 요소들이 흡사했다.
#. 번역과 관련하여.
'우울과 몽상'이라는 이 두꺼운 책은 20년 전에 출판되었다. 따라서, 번역도 그 당시에 되었기에 조금 딱딱하다.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탓이라 여겼다. 1800년대에 쓰여진 책을 번역했으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했다.
밀리의 서재에도 이 책이 있을까 검색했지만 없었다. 하지만, '모르그 가의 살인'은 유명한 최초 추리소설이니 여러 출판사에서 다뤘기에 다른 버전의 번역서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은 뭔가 술술 읽혔다. 한번 읽어서 그런건가? 의문이 들어 책과 전자책을 비교해봤다. 최근에 나온 책은 구어체로 많이 순화되어 있어 읽기 쉽게 쓰여진 노력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는 옛날 책에는 빠진 내용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계산과 분석이 다르다는 점을 체스, 체커, 휘스트를 예로 제시하는데, <우울과 몽상>에 수록된 소설에는 휘스트에 관한 내용이 없다.
<우울과 몽상>은 당시 스테디셀러로 잘 팔렸는데, 검색해보니 이를 지적하는 글을 찾기 어려웠다. 지적욕구에 의한 것이 아닌, 책장의 장식품으로(나처럼) 팔려 이 사실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이 분은 책을 읽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5468
800쪽에 달하는 책을 읽기도 힘든데 어렵게 번역까지 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나, 외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책임감도 함께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번역가에게 제공되는 수입이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으나, 좋은 번역으로 사람들이 외국문학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면 외국의 책을 많이 찾기에 번역가의 입지가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되지는 않을까. (업계 종사자라면 한숨 쉴 만한 대목이지만...)
오랜 소설이니 원문을 웹에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찾아봤더니 여러 사이트가 있는데, 그 중 괜찮아 보이는 사이트를 소개하려 한다.
https://poestories.com/read/mur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