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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예능] 놀면 뭐하니 190928 : 진화한 음악예능?

캬옹몽몽이 2019. 10. 1. 01:31

김태호 PD는 지금 현재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할 때도 그래왔지만 일부 실험적으로 해보고 부족함을 채워주고 다시 확장해 좀 더 크게 해본다. 무한도전에서 매년 진화한 가요제가 그런 형태의 완성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아무 예고도 없이 한강공원 한복판에서 그것도 땡볕이 내리쬐는 평일 낮시간에 간단한 가요제를 진행한다.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고 난 후에는 무도멤버와 음악인의 팀구성까지도 이야기에 집어넣는다. 얼마전부터 무한도전이 멈춘 후 비어있다고 느껴졌던 그 시간대에 김태호PD가 다시 돌아와 예능을 시작했다. "놀면 뭐하니" 유재석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을 제목으로 달아놓고 짐짓 쉽게 가는 척 한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지인의 지인을 통해 돌아다니는 걸 편집해 방송하고, 동시에 유재석이 드럼비트 하나를 배워 이를 음악인들 손에 쥐여주고 멜로디 하나씩 얹어가는 형태로 진행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확장"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지속적으로 이 안에서 변주한다. 

김태호PD는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PD로서 갖출 수 있는 여건을 모두 손에 쥔채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은대로 한다. 새로운 실험이란 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천하의 김태호PD라고 해도 실패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영리하게 그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유재석"이라는 담보율 높은 보험을 들고 시작한다. 플롯이 재미 없어도 유재석이라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준다. 등장인물에게 관심을 주고 캐릭터를 부여해 자칫 뭍힐 수 있는 이도 수면 위로 끌어내주는 유재석의 강점은 유퀴즈온더블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능적으로 재미를 얻어낼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기면 어김없이 그걸 드러나게 돕는다. 등장인물이 없고 혼자 이끌어야 하는 장면에선 조세호와의 티격태격으로 끌고 가다 인물이 나오면 자신은 살짝 뒤로 빠진다. 그런 보험을 쥐고 시작하니 뭘해도 재미가 없진 않다. 그러니 온전히 컨셉의 재미에 대한 반응이 오는지만 살피면 되기에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카메라의 확장은 나름의 성과는 있었지만 흥미가 살짝 떨어졌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신선하긴 했으나 이를 활용하는 측면에선 그간 보아왔던 예능컨셉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2주전 방영했던 "카메라"를 주제로 한 방송은 "정보", "트렌드"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었지만 "재미"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드럼비트의 확장은 의외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활기를 찾았다고 느꼈다. 특히 지난주 방영분에서 전율을 느꼈다. 예능보며 전율느끼는 넌 뭐냐 하겠으나, 정말 의도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구시대와 요즘시대를 어우르는 인물들이 동시에 나오면서 그 파급은 더해졌다. 특히 기타리스트 한상원 님이 등장하면서 정점을 찍는 기분이 들었다. 한상원 님, 드러머 이상민님, 윤석철트리오의 윤석철을 한꺼번에 이 시간대에 등장시킨다는 건 상상해보지 못했다. 유재석은 유희열에게 자꾸 설명을 하려든다고 핀잔을 주지만 재미의 요소는 거기에 있었다. 쪼까쪼까, 또깎이, 초고추장 등의 설명은 유희열이 스케치북, 라디오에서 흔히 쓰던 레파토리이긴 하나, 토요일 메인 시간대에서 이 얘기가 거론된다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세대의 뮤지션과 예전세대의 뮤지션 비교? (하지만 윤석철 님은 85년생...)

진부한 예능인들의 재미찾기에서 벗어나 음악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신선한 재미를 찾는다. 한상원 님의 기타와 한소윤 님의 기타의 소리가 다르다는 설명이 따라붙고, 인디음악씬에서는 유명하지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않은 이들을 소개되며,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워낙 고수들만 등장하다 보니 즉흥적으로 잼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변주도 보여준다. 또한, 예능적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 영상을 보는 패널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요즘은 다들 유튜브를 하고 있어서인지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음악작업을 하면서도 말소리가 비지 않도록 적절히 멘트를 자연스레 진행한다.  

음악을 주제로 한 예능은 그간 많았는데 괜한 호들갑일까? 예전 TvN에서 방영한 노래의 탄생이 비슷한 컨셉일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제한시간 45분 내에 음악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주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좀 더 연주자들이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었다. 다만 겨루기가 기본이라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되기 보다, 결과에 치중되는 모습이었기에 약간 부족했다. 나름 획기적이라고 느꼈지만 다 그런건 아니라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금새 사라졌다. 현재는  음악인끼리 콜라보를 이뤄 신곡을 내는 "더콜"이 2시즌까지 진행되었다. 여기에도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긴 하나 무대 퍼포먼스에 치중되는 모습이 더 많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별화된 스토리로 풀어주니 이런 주제에 목말랐던 이에게는 단비와 같았다. 더구나 음악인들이 스튜디오에서 어떤 형태로 음악을 만드는지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 더 값진 시간이다. 무한도전 가요제 시리즈에서도 음악이 제작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지만 "연주"에 주목하진 않았다. 이번엔 시선이 좀 더 안으로 들어왔다고 느껴진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방송은 100회 특집 중 "The Musician"이었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세션맨들을 한 곳에 모두 모아 보컬 없이 연주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이 음지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주목받는 보컬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녹음실에서 오랜시간을 보냈던 유희열은 잘 알고 있었고, 특집방송에서 이를 잘 녹여냈다. 세션맨의 대표격으로 자리한 기타리스트 함춘호 님과의 대화에서는 이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제일 해보고 싶은 방송이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에 함춘호 님은 눈물을 보이며 이런 자리가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억지부리지 않는 감동. EBS가 아니어도 이런 감동 가능하다. 다만, 이걸 방영하는 시간대가 너무 늦어서 시청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난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잘 모르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 등을 옆에서 지켜보고팠다. Tape, CD가 음악의 주요 유통채널이던 시절, 음반을 구매하면 세션이 누군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연주만 들어보려고 하는 것도 음악을 듣는 재미 중 하나였다. 유희열이 가끔 라디오에서 털어놓는 농담 따먹기하다가 때로는 진지하게 음악하는(실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리라) 녹음실에서 쌓아온 시간으로 형성된 친밀감이 느껴지는 음악스튜디오에서의 일상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다. 

음악을 주제로 방송이 소재가 점차 척박해지는 예능시장에서 더욱 활기를 띄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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