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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On the desk

캬옹몽몽이 2020. 2. 9. 17:48

참으로 오래간만에 "독서실"에 왔다.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 덕분에 인근 커피숍으로 발길을 향하려다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인적이 드문 곳을 생각하다 독서실이 생각났다. 근처에 독서실이 있나 검색해봤더니 신해철거리 주변에는 꽤 많은 독서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 중 "On the desk"라는 곳이 괜찮아 보였다.

하루 만원. 

구성된 인테리어가 최근 것이라 괜찮았고, 사방이 막혀 있어 홀로 있기 좋았다. 다만, 아무런 소음이 없기에 외려 노트북으로 타닥거리는 소리가 크게 느껴져 조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독서실을 와본건 20년도 더 됐다. 수험생 시절을 제외하곤 방문해본 기억이 없다. 당시 동네 독서실은 기억에 하루 천원이었다. 한달권을 끊으면 만오천원 정도였던가. 그 시절 독서실은 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기도 했지만 동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책가방 한가득 공부할 책 대신 만화책을 듬뿍 담아오는 이도 있었고, 밖에서 주야장창 수다를 떠는 이도 있었다. 모두 옛 기억인데, 그들 모두 밥벌이 잘하며 살고 있다. 

다 읽지도 못할 책을 6권이나 가방에 넣어왔다. 읽을 요량으로 담아온 책도 있었고, 다 읽었기에 리뷰할 요량으로 가져온 책도 있었다. 그저 책을 읽을 생각이었지만, 그리고 읽은 책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그밖에도 드는 생각들이 많아 어지러웠다. 그걸 한데 모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머리 속 부유하는 먼지들처럼 잡히진 않고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가 지나가고 있는 시간.

공부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도 있었다. 나처럼 뭔가 읽거나 쓰려는 사람들이겠지 싶었는데, 누군가 코를 곤다. 모두 칸막이로 가려져 있어 누군지 알 수 없다. 다만, 꽤 깊은 코골이를 한다. 저 쪽에서 누가 코를 골며 자고 있어요. 하려다 내심 측은해졌다. 그는 왜 굳이 여기까지 돈내고 와 앉아 코를 골고 있을까. 

어이되었든, 반나절, 몇시간 잠깐 있기에는 커피숍이 금액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겠으나,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통해 집중해야 할 뭔가가 있다면 "프리미엄 독서실"을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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