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over until you win

[느리게 읽고 남기기] 일의 기쁨과 슬픔 : 판교의 생활이 궁금해? 본문

느리게 읽고 남기기

[느리게 읽고 남기기] 일의 기쁨과 슬픔 : 판교의 생활이 궁금해?

캬옹몽몽이 2019. 12. 4. 22:06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장류진 작가가 쓴 소설이다. 

86년생으로 지난 10월말쯤에 소설이 나와 인터뷰 기사 등이 많길래 찾아봤다. 소설인데 제목에 보통 "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어 눈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장류진 작가는 2018년에 이 소설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아 등단하게 되었고, 이를 비롯한 단편 8편을 모아 이번에 소설집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이 소설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되고 난 뒤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져 누적 조회수 40만건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었다고 한다. 뭔가 싶어 좀 뒤적여봤더니, 어? 이미 읽은 내용이었다. 한참 브런치에 올라온 글 이것저것 읽던 때가 있었는데, 이미 무료로 풀렸기 때문이었는지 어디에선가 "판교의 하루"라는 느낌의 제목에 혹해 읽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가독성이 뛰어나다.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글을 쓸 때 가독성을 단연 1순위로 놓고 쓴다고 했다. 단편이라 짧기도 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있을법한, 사소한 불합리를 지적한다. 그건 마치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판교의 포장을 한꺼풀 벗겨내주는 기분이 든다. 흔히 젊은 회사들, Start-up들이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고자 영어이름을 사용해 부르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는데, 대표에게는 (대표의 영어이름이 데이빗이다.) 데이빗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는 어색한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걸 대표는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그건 외국의 문화를 수용해 한국적으로 바꿔쓰는 뭐 그런 느낌이다. 무엇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수평 문화를 좋게 바라봐주는 내용은 많이 봤어도 반대급부로 단점은 어떤건지 경험해 보지 못해 알 수 없었는데 그런 찝찝한 감정을 해소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을 읽은지 오래된건지 모르겠지만 "직장"을 소재나 배경으로 한 작품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직장을 주제로 다루는 소설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가장 최근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등단을 계기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는 신랄한 직장생활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까?

소설 외에는 직장생활을 소재로 많은 컨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웹툰 미생을 필두로 여러 장르들이 다루고 있다. 예전엔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삼시세끼를 패러디 해 '상사세끼'를 만들어 반응이 좋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삼우실(@3woosil)은 직장내 불합리함을 짧은 만화로 그리고 있는데,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놀랍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