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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 능청스런 익살의 향기 본문
영화 전우치는 2009년 개봉작으로 지금으로부터도 이미 10년이 넘은 작품이다. 하지만, 임팩트 있는 몇몇 장면들과 강동원의 개성을 잘 살려주는 영화로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잘 남아있다. 예능 '신서유기'에서 문제지의 하나로 언급되기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최동훈 감독은 최근 개봉한 '외계인 1부'에서 류준열을 통해 전우치의 이미지를 다시 활용했다. 실제로 류준열은 전우치의 한 장면을 오마주하기 위해 수없이 그 장면을 돌려봤다고 했다.
# 주요한 장면, 인물
영화가 관객을 몰입하게 이끌려면 초반 10분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이 궁중 신은 그 의미를 참으로 충실하게 다뤘다. 전우치의 능력과 캐릭터를 설명해주며,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충분히 만들어줬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내용을 중간중간 전달하는 설명충이 반드시 필요한데, 없이도 잘 전달했다. 전우치의 조종으로 궁 내의 악사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한국영화 역사에 남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mF-WoL59s
전우치가 가벼운 캐릭터이나, 이를 더 맛깔나게 받쳐주는 건 역시 초랭이(유해진 역)다. 초랭이는 원래 강아지였는데, 환술로 사람이 된 것이다. 전우치와 여정을 함께 하며 잘 맞는 개그듀오가 탄생했다.
다분히 가벼운 전우치의 대척점에는 화담(김윤석 역)이 있다. 진중한 모습에 도사들의 대표 격으로 추앙받지만 실상은 요괴였지. 그의 한결같은 진중함이 극의 경중을 잘 맞춰준다.
이 영화의 진정한 개그 캐릭터는 인경이 코디하는 여배우로 나오는 염정아 님이시다.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여배우의 이미지를 다 내려놓고 제대로 푼수짓을 보여준다. 자칫 루즈할 수 있는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며 짧은 분량에도 상당히 각인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권태원 님은 얼마나 많은 영화에 출연할까? 괜찮고, 흥행하는 영화에는 항상 어떻게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초반에 왕으로 나오며 전우치에게 속아 목을 조아리고, 분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도 호구네?) 특히 권태원 님은 최동훈 감독 영화 대부분에 출연한다.
# 한계점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건 사실이다. 그건 사실 최동훈 감독의 작품 대다수가 그러하다. 초중반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해주고나서 막판에는 갑자기 긴장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전우치에서도 마지막 전우치와 화담의 대결은 끝내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아니면, 당시의 CG 등의 기술력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을까. 초반엔 개그와 액션이 잘 버무러진 분위기였다면, 후반엔 뭔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의도가 있지는 않았을까.
전혀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봤을 때에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가 떠오른다. 매력적이고 착한 이미지였던 다나(시고니 위버 역)는 수메르 신화의 파괴신 '고저'가 강림하기 위한 문지기로 점찍혀 문지기의 영혼이 들어가자 정반대 분위기의 여성으로 돌변한다. 소심하고 순종적이던 인경(임수정 역)이 주술에 홀려 과감한 여인으로 돌변하는 모습에서 이 영화가 많이 겹쳐보였다. 고스트 버스터즈 또한 유명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지만, 마지막 고저와의 대결이 유치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듯, 전우치 또한 그랬다.
#. 한국형 판타지
최동훈 감독은 이때부터 한국형 판타지를 꿈꾸고 있었나보다. 전우치를 만들며 그 한계치를 시험하고,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듯 외계인을 내놨다. 아직 보질 못했기에 알 수 없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니, 헐리우드 판타지 SF 영화에 익숙한 편견을 가진 우리에게 변화를 선사해주고 싶은걸까. 예고편만 봐도 개량한복 입고 총을 쏘는 모습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