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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 운명은 알아내려 할수록 더 복잡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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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 운명은 알아내려 할수록 더 복잡해.

캬옹몽몽이 2020. 8. 14. 01:09

개그감 넘치는 내 친구녀석에게 넷플릭스로 뭘 보냐고 물었더니, 친구 왈, "난 넷플릭스로 넷플릭스 봐."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넷플릭스에 볼거리가 너무 많아 첫 장면에 나오는 예고만 쉴새없이 본다고 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건 꼭 그만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인해 심각한 선택장애에 걸린지 꽤 된 듯 하다. 친구의 말을 들은 저녁 퇴근길, 뭔가 가벼운 걸 보고 싶었는데, 애덤 드바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있어 오랜만에 선택장애없이 볼 수 있었다.

원제는 'When We First Met'으로,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애덤 더바인 외에 알렉산드라 더다리오, 셸리 헤니그 등이 출연한다. 개그 넘치는 영화일거라 여겼지만,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개그는 없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속한다. 

조연인 줄 알았더니 뜻밖의 주연인 셸리 헤니그(Shelley Hennig)는 미스 틴 USA 출신으로, 'Teen Wolf'로 유명하다(는데 안봐서 모르겠다.)

각본은 애덤 더바인이 존 위팅톤(John Whittington), 스코티 란데스(Scotty Landes)와 함께 썼다는 기사가 있으나, 위키, IMDb 등에는 존 위팅톤이 썼다고 나온다. 함께 썼다는 게 맞겠다. 영화는 애덤 더바인의 매력 발산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위트 있고, 착하게 생겼지만, 키크고 잘생기고 몸매좋은 타입이 아니어서, 미안하게도 본인에게는 매력발산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재롱잔치처럼 보여 애처러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덤 드바인의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 아무리 매력발산을 해도 에이버리(여주인공, 알렉산드라 더다리오)와는 Friend Zone이 생기는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졌으니 말이다.

사실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다. 전개가 지루했고, 각 캐릭터도 단편적이며, 옛날 로맨틱 코미디의 루틴한 방식을 취해 신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봤다는 흔적을 남기는 건, 영화 종반부 즈음 흑인 친구의 대사를 통해 말하는 이 영화의 주제 때문이었다. 

"운명은 까다로운 여자와도 같지. 알아내려고 할수록 더 복잡해져. 살아보니까 내가 한 실수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어. 옛날로 돌아가서 다르게 살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난 지금의 내가 좋아.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날라리나 바보들이 하는 말이야. 모든 건 이유 없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하지만 덕분에 기회도 생기는 거지. 물론 그 기회를 놓쳐도 분명 얻는 건 있어. 문제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기회를 알아채야 하는거야."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후회하며 살 시간에, 이유없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여기며 훌훌 털어버리고 자금의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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