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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3-2회차 : 이제는 대체 어디서 모여야 하나. 본문
오늘은 어제보다 더 습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는 단지를 오른쪽으로 돌았으니 오늘은 왼쪽으로 돌아보기로 마음먹고 걸었다. 처음부터 뛰면 무리가 올까봐 조심하며 걷다가 약간의 내리막에서 뛰었다. 어제와 모두 반대로 했다. 왼편으로 걸으며 보는 풍경은 어제와 완전히 달랐다. 버스와 나란히 뛰다가 마주보며 뛰니 기분이 더 역동적이었다.
우리 단지내 상가에는 맥주집이 하나 있다. 뛰어난 맛집은 아닌데 위치가 뛰어났다. 반경 50m내에 저녁때 마땅히 갈만한 밥집, 술집이 없을 뿐더러 야외 테이블이 있어 마실로 사용하기에 적절해 주요한 손님이 단지내 엄마들이었다. 한산한 곳이라 뭔가 약간이라도 차리고 나갈 필요도 없거니와 상가앞은 공터라서 애들을 풀어놔도 크게 걱정이 없다. 그 맥주집은 주로 금요일이 붐볐다. 아이들이 학기중일 땐 금요일 저녁에 엄마들이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금요일 저녁때 퇴근길에 지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식 파티문화라고나 해야 할까. 잔치라는 단어를 붙이긴 애매하고, 파티에 가깝다고 느낀다. 잔치는 어떤 주제가 필요하다. 잔치는 어느 집에서 장원급제를 했다던가, 판검사가 됐다던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던가, 뭔가 계기가 있어 열린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파티는 그보다 가벼운 의미를 품고 있다. 금요일 저녁,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그 스트레스를 말하면서 떨쳐내고 싶고, 또 그러면서 서로가 가진 정보도 공유하는 그런 자리이니만큼 사람들 표정이 다들 밝다. 주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밝다. 밤중에 놀 수 있는 기막힌 명분도 생겼고, 소리지르고 뛰어다녀도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오죽 좋을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그 자리도 활기를 잃었다. 최근 들어 다시 일어나는 듯 했지만 코로나의 재확산 분위기가 이를 눌러버린 듯 했다.
알쓸신잡에서 건축가 유현준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도심, 동네마다 대체 커피숍이 왜 그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에 유현준은 '평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골목이 있고, 동네마다 평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는데, 도심으로 변하면서 그런 공간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얘기나눌 공간이 필요하니 그 수요에 의해 커피숍이 늘어났다는 설명으로 기억한다. (방송을 본지 오래되서 정확한 기억이 아닐 수 있다. 생각난 김에 출퇴근 시간에 다시한번 봐야겠다.)
엄마들이 몇몇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있다. 모두 술을 먹는 것보단 얘기에 더 열중해있다. 하지만, 난 그 얘기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았고, 그들 앞에 놓인 맥주 맛만 궁금했다. 단지 3바퀴를 도는 동안 마주치는 그 술잔이 줌인되듯 내 눈 가득 들어왔다. 그걸 떨쳐내기 위해선 내 배를 쳐다봐야만 했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툭하니 튀어나와 있는 그 배를 보면 뭘 먹다가도 입맛이 떨어질 만큼 내 가장 큰 혐오대상이 되어버렸다. 나오기 전에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Leg Raise)를 35번 정도 하고, 복부와 관련된 운동 몇가지를 하고 나왔더니 걷고 뛸 때마다 배가 당기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조금도 들어가보이진 않았다. 하루에 백번씩 정도는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35번 이후에는 엄청난 복부 통증을 느껴 더이상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하루에 1개씩 늘려나가면서 언제 백번을 채울 수 있을지도 체크대상에 넣어야겠다.
오늘은 물을 들고나오지 않아서 목이 너무 말랐다. 습기 가득한 날씨에 목이 마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을 들고 뛰면 뭔가 부자연스럽고 없이 뛰자니 목이 마르니 최적의 방안이 뭘지 생각해봐야겠다. 어제는 4바퀴를 돌았는데, 오늘 3바퀴만 돌아도 다리가 너무 뻐근해지는 걸 느껴, 만보를 채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나서 체중계에 올랐다. 어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재놨어야 했는데 놓쳐다고 생각하며 올랐는데, 어라? 78.1kg! 2주 운동 뭐 이런거 아니지만, 이틀동안이나 저녁 안먹고 운동을 했단말이다. 그런데 왜 최고 몸무게가 나오냔 말이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체중계 위치를 바꿔봤다. 무려 5번을 움직여 봤지만, 모두 같은 78.1kg이 나와 되려 더 실망했다. 디지털 체중계가 이리도 정확했단 말이더냐. 한치도 틀리지 않고 5번 모두 소수점까지 같아 좌절할 지경이었다. 태워버린 지방이 근육이 되어버린거야 라고 되뇌이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