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혈의 누 : 인간의 이중성과 이기심

영화 '혈의 누'는 2005년 개봉한 영화로, 소설가 이인직의 장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며, '피눈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김대승 감독의 작품으로, 차승원, 박용우, 지성 등이 출연한다. 조연들을 살펴보면, 윤세아, 최종원, 천호진, 오현경, 박철민, 유해진, 정규수, 박충선, 권태원, 최지나 등이 있다.

유해진은 꽤 비중있는 조연급에 속할 시기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극중 초반에 죽게되어 비중이 높지 않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인연은 꽤 길다.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는 보이는 이미지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서로 경쟁하는 캐릭터를 맡았었다. 시간이 이어지고 이어져 이제는 함께 예능을 찍는 절친이 되어 있다. 차승원은 결혼을 일찍해서 친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유해진과는 같이 지내온 세월로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으리라.

배우 권태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그 당시에 봤다면 잘 몰랐겠지만, 영화 타짜(2006년)에서 '예림이~'하며 나오던 호구 역할로 각인되었고, 영화 신세계(2013년)에서는 실세에서 밀려난 3인방 중 하나로 등장하여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한국영화의 분류는 이렇게 나뉠 때가 있었다. 배우 이경영이 출연하는 영화, 아닌 영화.(왠지 요즘도 그럴 것 같다.) 이 분도 그렇지 않을까. 영화/드라마는 이렇게 나뉜다. 권태원이 나오거나, 안나오거나.

배우 최지나는 요즘 잘 나오지 않지만, 한창 출연할 때만 해도 도회적인 이미지에만 어울린다고 보였는데, 만신 역할이 잘 어울려 신선했다.

배가 불타 처사가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섬에 들어온다. 사건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나무에 꿰어 죽은 이를 발견하게 되어 조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루에 한명씩 죽어나가면서 강객주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복수극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당시 강객주의 가족은 닷새 동안 다섯가지 방법으로 죽었다고 한다. 나무에 꽂혀죽고, 끓는 물에 죽고, 물에 젖은 종이에 숨이 막혀 죽고, 머리를 돌에 찧어 죽고, 사지를 묶어 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당겨 뜯어 죽이는 등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형이 집행되었는데, 죽어나가는 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죽자 죽은 강객주가 저주를 품어 일어나는 일이라며 섬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원규는 살인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수를 쓰지만, 범인은 그것보다 한발 앞서 움직여 결국 눈 앞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사태까지 치닫는다. 사건의 흐름은 점차 두오(지성 분)를 용의자로 보이게 한다. 네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이원규가 범인을 잡을 뻔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만다. 하지만, 결국 진짜 범인은 김인권이었다. 

두오는 영화가 실제 범인을 감추기 위한 트릭에 해당하는 역할이었다. 젊고 잘생긴 청년이 소연과의 관계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트릭. 하지만, 그도 억울한 사연으로 인한 발고자 중 한명이었다는 반전을 가져간다. 

김인권(박용우 분)이 최종 빌런이라는 사실은 영화 중간중간 깔려 있는 복선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원규가 아버지가 낸 수학 문제를 내놓자 암산으로 풀어낸다. 조선시대에는 수학이 천대받는 시절인데, 트릭살인을 할만큼 머리가 좋은 이는 김인권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심허로(물 공포증) 증상이 있어 바다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섬에서 일어난 사실을 육지로 가 알리지 못하고 처사 등을 불러들여 섬에서 사건을 확인하게 하는 점도 그의 증상 때문이라는 고려해 볼 수 있다. 영화의 시작에서 소연(윤세아 분)이 등장하는 것도 범인이 그녀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김인권은 이원규에게 죽기 전 살짝 미소를 띄는데 이는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인권은 소연과 정분을 나눈 사이였는데, 모함을 받아 죽게되자 복수를 계획한 것이었다. 

큰 반전은 이 사건의 빌미가 되는 강객주의 죽음을 이원규의 아버지인 이지상이었다. 그는 아들 이원규에게 관리는 백성들에게 덕을 펼쳐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정작 본인은 사리사욕 때문에 강객주를 원칙에서 벗어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 스릴러물로 2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로 흥미있게 몰입해 볼 수 있다. 2005년 당시 개봉하여 관객 3백만명을 넘겼으니 큰 흥행성적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이중성과 이기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어 등장인물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상황에 따라 대비하여 보여준다. 높은 지위에 속하는 김치성(오현경 분)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선 조사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고 돌아가는 배 안에서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되는 직금도를 바다에 버리며 신념을 잃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