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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12화 : 의미있는 대사들의 향연 본문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자우림의 노래제목과 같은 이 드라마 첫회를 봤을 땐, 30살이 넘은 김태리가 고등학생을 연기해도 잘 어울리는구나 싶은 발랄한 청춘 로맨스물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을 활용해 90년대말 청춘들이 가졌던 기쁨과 슬픔을 진정성 있게 다뤄 회를 거듭할수록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남자주인공인 백이진(남주혁 분)과 여자주인공인 나희도(김태리 분)의 알콩달콩한 분위기만으로 극을 끌고 가지 않고 함께 나오는 고유림, 지승완, 문지웅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룬다.
특히 이번 12회는 어느 회보다 괜찮은 장면들이 많았다.
#. 장면 1
지승완은 부당한 교내체벌에 맞선다. 정작 본인은 전교1등으로 체벌을 당해보지 않았음에도 지웅이가 선생님에게 너무 심하게 맞자 그만하라고, 사과하라고 분연히 외쳤다. 그러자 외려 선생님은 지승완의 약점을 찾아내 반성문을 쓰고 본인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퇴를 선택했다. 그 부당함에 절대 꺾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능을 한달 남겨놓은 상황에서 자퇴를 하면 검정고시 후 수능을 볼 수 있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꺾일 수 없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승완의 엄마는 딸의 선택이 마음 아팠지만, 그 선택을 존중해줬다. 그리고 학교에 가 폭력교사와 교장에게 통쾌하게 일침을 날려준다.
좋지 않은 일들은 드라마에서나 벌어질 것이라 여겼던 상황들이 현실에서 간혹 일어나곤 한다. 놀랍게도. 영화 '더 킹'에서 나온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가끔은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당함에 분연히 일어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이런 바람직한 상황도 현실에서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장면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건 현실이 그렇지 못하단 생각의 반증이다. 이런 상황들이 당연한 것이 되어, 드라마에서 쓰이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
#. 장면 2
3개월 출장정지를 당한 상태라 펜싱시합에 참여할 수 없었다. 부담감이 없어 오히려 좋은 거 아니냐는 백이진의 질문에 나희도는 이렇게 답한다.
“부담감도 경험이야.
유림이랑 나는 경험치를 잃는거지.
선수는 시합을 뛰어야 해.
이기든 지든 시합을 뛰고 나야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거든.
그래야 계속 할 수 있고.
그런데 성장할 기회를 잃은거지.지금은.
그리고, 시합을 안뛰는 선수가 선수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희도는 경험과 성장을 말했다. 고등학생 나이에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 내 머리 속에는 경험, 성장이라는 단어가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 20대 후반 무렵에야 힘든 회사생활을 하며,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40대가 되어, '성장'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반짝거리며 다가온다.
#. 장면 3
펜싱 그만두고 제빵하겠다는 예지에게 펜싱부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을 꼭 기억해라.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절대 잊지 마라. 힘들 때마다 생각해라. 그 시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이 말이 왜 나한테 계속 머리 속에 남는 대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지금 상황이 이 말에 맞아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난 내 선택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꽤 힘들게 한 선택이다. 그 힘들었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기억하고, 그렇게 얻어낸 기회를 앞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