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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탈출 : 인내하고 꾸준한 자에게 영광이 있으리라! 본문
지금껏 적어도 5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1994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28년이나 된 작품이기도 하고, 워낙 TV에 자주 편성되었었다. 여러 채널에서 밤만 되면 항상 어딘가에서는 나왔고,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하염없이 봤다. 그러니 50번은 족히 봤을 것이다.
지금도 긴 시간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긴 2시간 22분의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보게 되면 알게 되는 사실들이 여러가지 있다.
#장면 1.
앤디는 Rock Hammer를 들고 벽에 낙서를 한다. 이후 레드에게 리타 헤이워드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리타 헤이워드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 그녀의 대형 포스터는 이후에 마릴린 먼로로 바뀌고 마지막엔 라퀠 웰치로 바뀐다. 이 포스터는 당시의 시대가 언제인지를 대변해준다. 리타 헤이워드는 1940년대를 주름잡고, 마릴린 먼로는 50년대, 라퀠 웰치는 60년대 가장 유명한 여배우였다. 포스터가 세번 바뀌었다는 건 앤디가 교도소에 20년 이상을 복역했다는 걸 의미했다. 포스터는 곧 시대를 상징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은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이기에 또한 핵심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라퀠 웰치의 포스터가 더 주목받을 수 밖엔 없었지만 그 시작점은 단연 리타 헤이워드라고 볼 수 있다.
#장면 2.
교도소장이 불시검문을 핑계로 앤디를 찾아온다. 교도소장은 앤디에게 성경을 돌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잊을뻔 했군. 이걸 빼앗아 갈 순 없지. 이 책에 구원이 있으니."
그랬다. 그 성경 안에는 정말 그의 구원인 손망치가 들어있었다. 교도소장은 수감자들에게 항상 주님의 말씀을 언급하고 신앙심을 드러냈다. 성경구절도 외우는 그는 함부로 성경책을 다루지 않았고, 앤디의 성경책을 들춰보지도 않는다.
#장면 3.
교도소장의 방에 처음 온 앤디는 무심결에 벽에 있는 십자수 액자를 바라본다. 그곳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His Judgement cometh and that right soon
심판의 날이 곧 오리라"
모든 비리가 폭로되어 언론과 경찰이 교도소로 들이닥칠 때 교도소장은 다시 이 문장을 강렬히 바라보고 총으로 자살하기에 이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 말이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액자 뒤편엔 그의 비밀금고가 있었다.
삶이란 참 모순된 순간들이 많은데 영화는 이런 모순되고, 암시적인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재미를 더했다.
#길들여진다는 것
이 영화는 내게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브룩스가 50년만에 가석방될 상황이 되자 그는 갑자기 동료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 이제 곧 밖으로 나갈 사람이 왜 그러는거야? 평소에 그런 사람도 아니었는데 라고 의문을 품자 레드가 이렇게 말한다.
He is just institutionalized.
그는 단지 길들여진거야.
그리고 그는 이렇게 부연하여 설명한다.
These walls are funny. First you hate 'em, then you get used to 'em. After long enough, you get so you depend on 'em. That's "institutionalized".
이 장벽은 웃기지. 처음엔 싫어해. 그리곤 익숙해지지.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의존하게 돼. 그게 길들여지는거지.
길들여진다는 의미는 어린 왕자 이후 처음이었고 어떤 공간이든지 오랜 세월을 있게되면 길들여진다는 걸 느꼈다. 나도 한 회사, 그 공간, 그 사람들 안에 17년을 생활했다. 그 안에서의 생활은 익숙했고, 그 안에서는 약간의 힘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도 존재했다. 그래서 그 안을 벗어나는게 두려웠다. 그곳에서 벗어나면, 그 지위를 상실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곳은 감옥이 아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항상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하니 어찌보면 한시적인 감옥일 수 있다. 돈을 받는 대신 꼬박 그 시간동안 회사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퇴직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걸 가석방에 비유한다는 건 비약이 심하지만, 한시적으로나마 탈출할 기회를 얻었다. 그 익숙한 생활을 떠나면 적응하지 못할까 싶었지만, 아직까진 말그대로 육아에 매진 중이라 헛헛할 틈은 없다. 다만, 떨어져가는 잔고를 바라보며 끝모를 불안을 얻었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면 다시 돌아가야겠지 싶은데, 아직은 이 휴직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