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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 전설일까 실화일까

캬옹몽몽이 2022. 7. 29. 12:26

둘째가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 시공주니어

어릴 적 내 기억 속 피리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 엄청나게 많은 쥐가 있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어느 사내가 나타나 피리를 불자 쥐들이 모두 그를 따라가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나이가 들어 언뜻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가 생각날 때면 이건 한창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쥐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나온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이야기는 앞뒤가 비어 있었고, 동화의 시작점도 틀렸다.

#. 먼저 이야기를 살펴보자. 

독일의 마을 하멜른에 많은 수의 쥐가 나타났다. 이 쥐들은 고양이를 위협할 정도로 강해 마을 사람들은 감당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멜른 시장은 쥐를 마을에서 몰아내 준다면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선언하자, 어디선가 광대복장을 한 사내가 나타나 쥐를 없애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들고 있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피리소리에 현혹된 쥐들은 모두 피리를 부는 그 사내를 따르기 시작했고, 이내 강물에 스스로 뛰어들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사내가 약속한 돈을 요구하자 어리석은 시장은 어려웠던 상황이 모두 해결되자, 마음이 바뀌어 자신의 배를 채울 수 있는 돈을 지불하기 아까워졌다. 결국 주기로 했던 금액의 반도 안되는 돈을 제시하자 사내는 화를 내며 이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사내가 거리에 나가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마을의 아이들이 앞다투어 뛰어나가 피리부는 사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에 이르자, 갑자기 하늘의 문이 열렸고, 사내와 아이들은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마을의 아이 한명만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며 따라가다 속도를 맞추지 못해 함께 가지 못한 것이다. 아이는 그 사내가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가주기로 약속했다며 함께 가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아쉬워했다. 시장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온세상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어느 누구도 찾지 못했다.

이후 하멜른에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졌다. 법 문서에 날짜를 적으면 반드시, "1376년 7월 22일에 있었던 일 이후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렀다."라고 표기해야 하는 것이다. 

멀리 트란실바니아 지방에는 이방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무리의 선조들은 브라운슈바이크의 하멜른에 살았는데, 속임수에 빠져 지하 동굴의 감옥에 갇혔다가 도망 나와 이 지방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였군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니. 그건 모든 것이 붕괴된 파멸이 아닐까. 시장의 얄팍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화이긴 하지만, 그 댓가를 마을사람들이 모두 치뤄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다. 더구나, 이 이야기의 모태가 되는 전설은 1284년 하멜른의 아이들이 떠난 사실에 근거가 되어 만들어졌으며, 마을에는 이 전설을 기억하기 위한 프레스코화 등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사내는 그 수많은 아이들을 데려가 행복하게 해준게 아니라 그들을 모두 가둬뒀다니. 그럼 나중에라도 금전적인 부분을 얻어내고 풀어줄 수는 없었을까. 그저 피리를 불면 쥐들이 따라간다는 내용만 알았지 알면 알수록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작가와 그림

원작은 1816년 그림형제가 만든 '독일 설화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 이야기는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1842년에 쓴 303행의 시를, 케이트 그린어웨이(영국)가 1888년에 그림을 그려 발표한 작품이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는 영국의 그림작가로, 그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을 하고 있다. 

그림책과 관련한 상으로, 미국에는 뉴베리상과 칼데곳상이 있고, 영국에는 카네기상과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이 있다. 미국의 상은 미국도서관협회(ALA)가 주관하며, 영국의 상은 영국도서관협회(CILIP)에서 주관한다. 아동 문학 작가에게 시상하는 카네기상은 1936년부터, 그림에 대해 시상하는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1955년부터 시작되었다.

한편 그림책과 관련된 상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이 있다. 이는 덴마크의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2년마다 아동문학 저자와 삽화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뉴베리상, 칼데곳상, 카네기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그 나라에서 출판된 책에 한정하여 수상작을 뽑지만, 안데르센상은 전세계의 책을 대상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이 안데르센 상이 우리에게 특히 친숙한 건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여름이 온다'로 수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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