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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유성] 태평소국밥 : 잘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본문
유성호텔 대온천탕에서 씻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어제만큼 더운 것 같지 않았는데, 하늘을 보니 왠지 비가 올 듯 했다. 우산을 챙겨들고, 태평소국밥으로 향해 걸었다.
대전 유성쪽에서 네이버 방문자리뷰가 5천개가 넘고 블로그리뷰는 거의 5천개에 육박하니 이게 맛집이 아니면 어디겠는가. 여행을 하면서 새삼 네이버 방문자리뷰의 파워를 실감했다.
태평소 국밥. 태평소라는 이름의 국밥집이라고 생각했는데 태평동에 위치한 소고기 국밥집을 의미하는 태평 소 국밥이었다.
유성호텔 쪽은 상권의 기운이 다해 침체된 모습을 보였는데 남쪽을 향해 조금 내려오니 조금 활발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쪽에는 계룡스파텔이 이 곳의 대장은 나요 하는 듯 큰 규모로 서 있었다. 북쪽에 전통의 유성호텔이 있다면, 남쪽엔 계룡스파텔이 있어 서로를 견제하는 진영처럼 보였다.
계룡스파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태평소국밥이 있다. 일부러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왔지만 대기줄은 여전히 길었다. 국밥집이라 주로 나이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테이블 순환이 빠른지 줄은 금새 줄어 조금이나마 땀을 덜 흘렸다. 메뉴는 당연히 국밥이지만 눈에 밟히는 저 육사시미가 구미에 당겼다. 육사시미는 흔하게 접하는 음식이 아니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국밥집에서 파는게 놀라웠다. 이집의 인기비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
100g 11,000원 짜리 또는 150g 16,500원 짜리가 있는데 혼자이니 무리하지 않고 100g을 시키며 국밥을 함께 주문했다.
기다리면서 벽에 붙은 안내를 읽는데,
함께 자리한 미성년에게 술 주지 마세요. 불법입니다.
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흔하게 보는 문구가 아니라 더 그랬는데 저 강조의 행간에는 사연이 있어 보였다. 예상되는 이야기는 어느날 고등학생이거나, 갓 대학신입인 아이를 데려온 어른이 괜찮다며 한잔 받으라고 술을 먹다가 이를 누군가 신고하거나 하여 음식점이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제재를 당한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특정한 상황을 말하며 공지를 하지 않겠는가. 보통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라고 하거나, "저희 업소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않습니다."가 보통 보는 문구인데, "함께 자리한"이라고 특정한다는 건 이런 경우로 신고를 많이 당해봤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벽은 깔끔한 인테리어로 방문한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으면 하지만, 음식점이 오래될수록, 잘 될수록, 바쁠수록 벽에는 방문한 손님들에게 알리는 말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하루에도 같은 질문을 수백번 받아 대답하고, 같은 상황이 수십번 반복되면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은 질려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긴 인테리어에 그닥 관심이 없어보인다.
물어볼 때마다 대답하지 않으려면 사람들의 눈이 향하는 곳에 예상질문의 답을 달아놓는 것이다. 이런 안내를 보면 이 음식점이 뭘 안내하고 싶은지 대략 알 수 있다.
"육사시미 포장 판매 안해요. 드시던 것도 포장 불가합니다."
신선도가 생명이며 상하기 쉬운 육사시미는 포장도 안되고 먹던 걸 가져가서도 안된다. 매장 밖으로 나가 상하기라도 하면 그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포장은 대전 지역만 가능합니다. 공기밥은 추가요금입니다. 포장은 차갑게 포장합니다."
아무리 국밥을 데우기 전 상태로 포장을 해 준다고 해도 대전을 벗어나면 음식이 어떻게 변질될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많은 타지역 관광객들이 찾아와 포장해가려고 하는가 보다.
고기국밥에 고기를 먹는 건 과해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서로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어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 국밥은 안에 내용물이 가득해 배불리 먹기에 충분하며, 육사시미는 적당한 크기로 신선한 맛을 느끼기 좋았다.
든든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고, 육사시미도 곁들여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은 흔하지 않다. 소고기 구이를 파는 곳에서 육사시미를 먹는 것과는 분위기와 기분이 달랐다. 오히려 따뜻한 국물과 함께하는 육사시미가 더 어울렸다. 2~3년전 블로그들을 찾아보면 육사시미 양이 조금은 줄어든 듯 하지만, 대전에 간다면 한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