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over until you win

[군산] 이성당 : 줄 봐라. 본문

일상

[군산] 이성당 : 줄 봐라.

캬옹몽몽이 2022. 8. 1. 11:27

군산여행 두번째 날.

첫날은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해 초원사진관 외에는 둘러본 곳이 없어, 오늘은 첫날과도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다. 고로, 가볼 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성당 카드가 남아있지 않은가. 빵 먹을 생각에 근심을 지웠다.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성당으로 향했다. 

하늘은 맑고 태양은 강렬했다. 15분 정도 밖에 안 걸었는데,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과 뿜어져 나오는 땀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빵과 커피를 마시며 에어컨 바람을 맞아들이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줄 봐라.

평일 오전 10시 임에도 가게 앞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저정도 줄서는 건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며, 안을 둘러봤더니 그 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결제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가게 안에는 밖의 2배 정도 되는 인원이 있다.

내가 빵을 먹겠다고 이 더위에 거리를 나섰지만, 그렇다고 이 행령에 함께 참여하여 빵냄새의 그윽한 향기를 버텨내어 기필코 빵을 쟁취해 내겠다는 인내는 없었다. 난 이미 더위와 허기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이성당 밖으로 긴 행령을 이루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그의 곱절만큼이나 줄이 이어졌다. 안으로 들어간다해도 결제하는 순간까지 험난함이 예상되었다. 

그런 나에게 다행이도 바로 옆 별관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이성당 카페. 

본관에 비해 빵의 종류가 부족했기에 붐비지 않았다. 난 어떤 빵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당장 커피가 필요했다.

월요일이라 갈 곳을 잃은 나는 카페에 앉아 빵에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여유를 부릴 참이었다. 어라? 가방에 책이 없네. 분명 꺼냈는데? 차츰 내 행동들을 거슬러 올라가 되집어보니, 빨리 가야한다고 우왕좌왕 하다 책을 가방에 넣는 순서를 건너뛴 것이었다. 책 읽는 건 어렵겠다. 다시 돌아가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럼 이참에 이성당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이성당은 왜 유명한지 궁금했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명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빵 맛이 혁신적으로 맛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빵이 세상에 있겠는가. 미식가도 아닌 내 입맛에 그걸 구별할 능력도 없다. 그렇다면 이 유명세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 브런치 작가는 이런 유명세의 시작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구글 트렌드까지 뒤져보는 열정을 보였다. 그가 말하길, 이성당은 2013년 KBS '백년의 가게'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부터 많이 검색되었는데, 사실 그 전부터 유명했었고, 이 프로그램이 그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https://brunch.co.kr/@kkw119/66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군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카카오내비가 집계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찾은 맛집 분야 1위. 모두 '이성당'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끝없이 이어진 이성당의

brunch.co.kr

오래된 빵집으로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는 저 수많은 인파를 끌어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스무살부터 군산에 살아오면서 군산의 이야기를 찾아온 배지영 작가는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에서 이성당을 오래된 이야기가 쌓인 상점이라고 표현했다. 군산 사람치고 이성당에 추억이 없는 사람이 없고, 단팥빵, 야채빵 등은 항상 예전 그 가격을 유지하니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도 그대로인 모습에 옛날을 추억할 수 있기에 계속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생겨나는데는 오랜 세월 이성당을 이끌던 오남례 할머니의 덕일 것이다. 어려운 시절, 오남례 사장은 함께 나누며 살았다. 빵집 앞 노점들이 생기면 그들에게 빵을 챙겨줬고, 고아원, 양로원, 종교단체 등에도 빵을 기부해왔다. 며느리에게 물려줄 때도 그녀는 지금이 있게 한 빵의 가격을 절대로 올려서는 안된다고 했단다. 며느리 김현주 사장도 시대와 함께 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연구를 거듭해 더 세련된 형태의 지금을 만들었지만, 함께 나누는 넉넉함이 사람들에게 더 기억되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이 여행객에게는 이성당이 여행의 필수코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군산 여행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고, 인스타그램에 방문 사진 한장 올리는게 유행이 되었다. 

여전한 인기는 단순한 요인 몇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넉넉한 인심과 나누려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큰 비결이라 믿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