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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 : 쉼없는 긴장감

캬옹몽몽이 2022. 9. 25. 23:13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며,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2022년 8월 개봉작 ‘비상선언’

두시간이 넘는 이 긴 영화는 크게 세가지 파트로 구성이 이뤄져 있다. 류진석(임시완 역)의 범행이 이뤄지는 긴박한 서스펜스, 바이러스의 행적을 역추적하려 고군분투 하는 형사 구인호(송강호 역), 비행기의 기장, 부기장을 대신하여 돌아갈 발판을 만드는 기장 출신 박재혁(이병헌 역)에 중심이 각각 쏠리며 진행된다.

#. 숨막히는 긴장감 최고

영화가 시작되고 서서히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언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류진석의 행동, 그로 인해 급작스럽게 한명씩 쓰러지는 승객들로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비행기는 추락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후 착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본은 자위대 전투기로 위협사격 등으로 착륙을 시도할 수 없게 한다. 비행기 객실내의 밀폐된 공간 속에서 한명씩 쓰러지자 승객들은 공포에 떨게 되고 급기야 증상자와 미증상자의 위치를 나누며 마찰이 일어난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30분 정도는 긴장 속에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추락하지 않을거란 확신이 있어도 긴박한 추락신의 연출은 뛰어났다. 더구나 추락하는 비행기가 아래로 급강하 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며 떨어지는 터라 미처 안전벨트를 매지 못한 승객이나 승무원들은 이쪽저쪽으로 처박히게 된다. 승무원 교육이나, 비행기 내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있다면 활용하기에 좋은 클립이다. 이후의 진행과정에서도 긴장감은 지속되지만, 추락신이 가장 백미였다.

비행기 안에서의 서사만 있지 않다. 바이러스가 옮겨진 과정을 역추적하며 백신을 확보하려는 구인호의 처절한 움직임도 긴장감 있게 다뤄진다. 더구나 그는 백신을 활용하지 못하면 가족을 잃을 수도 있어, 자신을 확고히 희생한다.  

영화는 스릴러, 서스펜스, 액션, 드라마, 가족, 감동코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감정의 미칠듯한 소용돌이로 보고 난 뒤에는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마치 모든게 다 있는 시끄럽고 정신없는 백화점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갖춰졌지만 딱 이거다 할만한게 없는.

#. 기막힌 캐스팅에 욕심을 부린걸까. 아니면 욕심이 나서 캐스팅을 지른걸까.

이병헌, 송강호, 김남길, 전도연, 임시완이 모두 한 영화에 출연하는 대규모 멀티 캐스팅이 일어났다. 다른 영화라면 단독 주연이 가능한 인물들이 한 곳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화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 고개를 끄덕일만 하다. 각각이 보여주는 역할이 모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에 소위 말해 '급'을 맞춘 것이다.

주연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배우 김소진은 사무장으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베테랑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한재림 감독의 이전 영화 '더 킹'에서 김소진은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 역할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더 킹'에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 영화에서는 사무장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을 보며 이 배우는 어떤 연기를 맏겨도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구나 하는걸 느꼈다.

잘 나가는 배우 중 한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박해준도 이 영화에서 조직에 속한 나약한 정부인사를 잘 보여줬다. 강한 척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무엇 하나 책임지고 행동할 수 없는, 그래서 윗선의 말을 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을 잘 보여줬다. 어찌보면 이런 캐릭터의 미묘함을 전달하는 것이 배우로서는 가장 까다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인사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줘도 그만이겠지만, 개그를 칠만한 분위기의 영화도 아니며, 상황마다의 진중함을 함께 해주면서도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해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을 연기한 것이다. 

#. 영화 후반부가 제공한 논란거리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독의 연출력은 가공할만한 실력이었지만 여론과 감정을 이렇게 과도하게 급발진 시키고 이내 바꿔버리는 상황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승객들이 탄 비행기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일본은 비행기의 착륙을 거부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터졌을 당시 보여줬던 자국 우선주의의 모습을 보아왔던 터라 이해가 가능했으나, 국내 착륙을 시도하려하자 주변 거주자들이 착륙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에 의아함을 자아냈다. 인천공항에서 호놀룰루까지 8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시간인데, 영화상으로는 출발 이후 4~5시간 정도 지났을 때 언론에 알려져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회항해서 다시 돌아왔으니 대략 10시간이 지난 후부터 사람들이 집단행동을 통한 시위를 했다는건데 그 짧은 시간안에 여론이 형성되어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백신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그 행동을 멈춘다는게 놀랍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은냄비처럼 바로 끓어오르고 바로 식어버리는 성향을 가졌더라도 그 짧은 시간내의 급발진이 일어났다가 금새 식어버릴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더구나, 집단행동이 그렇게 단시간 내에 이뤄지는게 그렇게 간단하고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사람의 의견이 한곳으로 모여지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분명 어떤 "목적"을 위해 모였지만 그걸 실행하거나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타나기 까지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급작스런 행동이 일어나려면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 지도자(또는 선동꾼)가 나타나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는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착륙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승객들은 급기야 비행기에서 내리지 말자는 결정에 합의한다. 모두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로 인해 내 가족,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숙주가 되지 말자는 의지였다. 100명이 넘는 승객이 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감내하자는 그 의견을 과연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구인호의 희생으로 마지막엔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지만, 그런 식의 희생을 모두가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박재혁이 전하는 그 무전을 들으며 그저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었을까. 집단의 판단은 때로 개인의 이성적 판단보다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두고 내리는 결정인데, 순순히 모두가 받아들였다는 점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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