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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드] 슬로우 호시스 : 좌충우돌 신선한 첩보물

캬옹몽몽이 2023. 2. 20. 15:48

애플TV가 내놓은 드라마, 슬로우 호시스(Slow Horses)는 현재 시즌 2까지 나와있다. 게리 올드만이 주연 '잭슨 램'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영국 스파이 스릴러 작가 믹 헤런의 소설 'Slow Horses'가 원작이다.

#. 전반적인 줄거리

영국의 첩보기관 MI5 내 슬라우 하우스(Slough Hose)에 소속된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인데, 일반적인 첩보물이 아니다. 슬라우 하우스는 임무를 망쳐 좌천되거나, 술에 절어 활동이 어려운, 밀려난 요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일종의 유배지인 것이다. 따라서, 주어지는 임무가 중요하지도 않으며, 왜 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무료한 직장인처럼 보낸다. 

총 6편으로 이뤄진 시즌 1의 전반부는 조각난 별개의 사건들이 모여 납치 및 공개처형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극우세력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MI5 부국장 다이애나 타버너는 공작을 시도한다. 요원을 투입해 극우세력에 속한 사람 몇을 모아 무슬림인을 납치, 공개처형을 예고한 후에 처형되기 직전 그를 구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다이애나가 한 클럽에서 동생에게 이 작전을 얘기할 때, 우연히 로버트 홉든 기자가 이를 듣고 말았다. 인가된 작전이 아니니 슬라우 하우스에 있는 요원에게 홉든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게 하다 사고가 발생한다. 다이애나의 의뢰를 받은 무디는 실수로 시드를 총으로 쏴서 중환자로 만들었고, 무디 자신은 슬라우 하우스에 설치해둔 도청기를 회수하다 계단에서 굴러 목이 부러져 죽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슬라우 하우스 팀장 잭슨 램(개리 올드만 분)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후반부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며 사건이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MI5 요원이 포함된 납치범 중 한명이 자극받아 요원을 도끼로 살해하고, 처형을 실제로 집행하려고 한다. 숨어있던 집에서 나와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났다. 요원이 죽자 다이애나 부국장은 이를 슬라우 하우스 요원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지만, 잭슨이 바로 움직이며 이를 무력화시킨다. 결국 납치범들을 찾아내고 인질을 구출한다.

이야기는 속도감있게 펼쳐지지만, 흔히 첩보물에서 보게되는, 훈련된 요원들의 효율적 움직임을 여기선 기대할 수 없다.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각 캐릭터를 설명하는게 더 나을 듯 싶다. 

#. 캐릭터들

잭슨 램(게리 올드만 분) 

잭슨 램은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본인의 영역, 본인의 부하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공격을 받게 될 때 움직인다. 그게 그를 움직이게 하는 명분이다. 다이애나가 MI5 요원을 활용해 무슨 공작을 벌이던 관계없지만, 그 공작으로 인해 슬라우 하우스 요원들이 누명을 쓰게 되자 곧바로 움직인다.

팀원들을 아끼나봐? 하는 다이애나의 질문에 잭슨은 이렇게 말한다. 

Nah. I think they're a bunch of fu**ing losers. but they are My Losers.

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잭슨이 담배나 피우며 시간을 죽이는 듯 보이지만, 허허실실로 보여주는 그의 실력은 확실하다.

예를 들면, MI5 요원들이 슬라우 하우스 요원들을 잡으러 다니는 상황에서, 그들은 호는 데려가지 못했다. 호는 IT 전문가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본인의 주소를 바꿔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잭슨이 슬라우 하우스 요원들에게 읆어준 주소는 정확한 주소였다. 모든 상황이 내 손바닥 안에 있소이다 같은 느낌.

리버 카트라이트

다른 능력은 요원으로서 출중해보이지 않지만, 미행에 가장 특출난 능력을 보여준다. 홉든을 미행하는 장면에서는 주변을 경계하는 홉든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교통수단을 바꿔타지만, 리버는 이를 예측하고 홀든이 탈 버스에 미리 타 있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체를 보고 토하고, 총도 잘 못쏘는 등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다이아나 타버너

MI5의 부국장.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 협박, 계략 등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서슴없이 진행한다. 잭슨이 말하는 베를린 시절, 냉전이 끝나가던, 그래서 스파이들이 활기를 띄며 활동했던 시기에 잭슨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의 부국장인데, 인가되지 않은 작전을 오픈된 공간에서 동생에게 떠들어 댔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무능력해도, 계략과 정치모략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캐서린 스탄디시

잭슨과 캐서린이 과거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중간 조각된 장면들을 보여준다. 스탄디시(드라마에서는 주로 스탄디시라고 불린다)는 찰스 파트너라는 요원과 가까운 사이였고, 그가 욕조에서 죽은 모습을 처음 발견했다. 알콜중독이었다가 벗어나려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찰스의 죽음이 알콜중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드 베이커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왜인지 슬라우 하우스에 배치된 인물. 슬라우 하우스 인원 중에는 이탈자 발생이 없을 거라 싶었던 예상을 보기좋게 날려버려줬다. 이야기 전개의 희생물이 되고 만 시드.

루이자 가이

시즌 1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시즌 2에서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한 축을 담당한다. 

민 하퍼

생계형 요원 같은 인물. 이렇다 할 능력이 없어보인다. 의외의 상황 개그를 잘 보여준다. 

로디 호

프래그래머로서의 능력은 뛰어나나, 성격이 나빠 아무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해서 슬라우 하우스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다. 까칠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조직에 적응한다.

스트루안 로이

생계형 요원인데다, 슬라우 하우스 내 요원들도 같이 안놀아주는 진정한 외톨이.

#. 재밌는 포인트들

클리셰 날려버리기 

1. 다이애나의 협박성 발언에 화를 내기는 커녕 방귀를 껴서 무시해버린다. 이런 허허실실을 다른 영화, 드라마에서 볼 기회가 많지만, 영국 드라마가 체면 차리지 않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신선했다.  

2. 민과 루이자는 납치범이 다녀간 주유소를 확인했지만, 정작 주유를 하지않아 중간에 차가 멈춰선다. 그리곤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마치 이상적인 정보요원의 이미지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하는 듯 하다.

3. 리버가 닙치범을 향해 총을 쏴 인질이 죽는 건 막았지만, 납치범에게 해를 입힐 만한 총격을 쏘지는 못했다. 결국 인질 하산이 날린 돌에 납치범이 쓰러지며 비로서 총격전이 끝났다. 이런게 영국식 개그인건가 싶은 장면이었다.  

4. 어쨌든 하산은 살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슬라우 하우스로 돌아온 요원들은 작게나마 자축하려 했지만, 잭슨 램은 너희들이 한게 뭐가 있냐며 일축해버린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잭슨은 요원들이 사건을 해결했다는 자만심, 영웅심으로 날뛰다가 사라져버릴까봐 염려한 듯 했다. 수십년간의 요원생활로 수많은 동료들이 스쳐지나갔을 것이고, 그 경험에 따른 염려가 아닐까 한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중에서 가장 신선한 요소가 많은 드라마이다. 볼 게 없네 라고 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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