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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퇴근길 생각] 그댄 모르죠 - 정재형

캬옹몽몽이 2020. 11. 5. 01:21

보컬 : 정승환, 작곡, 작사 : 정재형

어제 퇴근길에 무선이어폰이 말썽을 부려 작동하지 않았고, 다시 충전을 잘했다고 생각해 아침에 자신있게 켰는데 여전히 안켜지길래 이젠 고장이 난건가 싶었다. 회사에서도 생각나면 가끔 켜지는지 시도해 보다가 늦은 퇴근 무렵 다시 작동하는 걸 보고 퇴근과 출근을 함께 하지 못한 보상심리에 오늘 퇴근길에는 줄창 유튜브를 봤다.

윤종신이 윤상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는 영상이 궁금해 봤더니 몇년전에 KBS에서 '건반 위의 하이에나'라는 방송이 있었고, 노래 한곡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컨셉이라는 걸 알게 되어 검색해 노래 부르는 영상만 따로 모아서 보게 되었다. 

정재형이 만든 노래를 정승환이 부르는데,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듣다 울컥해버렸다. 늦은 시각 지하철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은 일격이라 꽤나 당황스러웠다. 정재형 특유의 재즈와 클래식이 섞인 피아노 연주에 정승환이 노래를 부른다. 가사의 전체 맥락은 헤어진 너와의 사랑이 그립고, 행복했던 그 기억때문에 돌아가고 싶지만 놓아줘야겠지 하는 아쉬움 가득한 내용이다. 

40대가 넘으니 연애에 대한 감정은 기억이 나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감수성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여겼는데, 요즘 우울했던지 아니면 가을을 타는지 중간 몇마디의 가사가 크게 다가왔다. 

세상이 다 무섭고 힘들 때
도망치고 싶을 때
난 그대를 기억했어요
고마워요
우리의 사랑이 돌아가고 싶은 곳은 너

이러저러한 이유로 요즘 감정이 무척 힘들었는데 저 가사를 보니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고마웠다. 힘들 때 힘이 되주는 아내는 항상 부족한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내가 주절주절 힘든 얘기를 떠들어대면 말없이 끄덕끄덕 하며 다 들어준다. 때로는 용기를 심어주고 때로는 공감해준다. 내가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그 곳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노래를 듣는 동안 그 감정이 훅하고 지나가니 북바칠 수 밖엔 방법이 없겠다 싶었다. 한편으론 이젠 하다하다 유튜브 보면서도 울컥하는 못난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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