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over until you win

[분당/야탑] 수타우동 겐 : 찰진 냉우동이 먹고 싶을 때! 본문

일상

[분당/야탑] 수타우동 겐 : 찰진 냉우동이 먹고 싶을 때!

캬옹몽몽이 2022. 5. 13. 10:29

아내와 오전에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가락시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분당 이사올 때부터 점찍어 둔 우동집이 불현듯 떠올랐다. 평일에 퇴근하고 가면 너무 늦고, 주말에는 갈 곳도 많고 외식도 잘 안하는 터라 언제나 가보나 하고 잊고 있었는데, 가게가 탄천길 근처에 있기도 했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터라 생각해냈다. 

여기에 오기까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맛보게 된 수타우동 겐!

1984년에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38년이나 된 가게다. 게다가 2대째 이어서 하고 있었다. 

11시부터 영업인데, 열기도 전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줄을 서지는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평일 낮에 이런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업장 내부에 들어가니 서빙을 보시는 분들이 8명 정도 계시는데, 조리하는 곳에는 주방장 모자를 쓴 셰프 한분과 보조를 하시는 분 한분만 계셨다. 가장 중요한 면은 영업 시작전에 다 만들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육수만 넣어 제공하는 방식인지 주문이 없을 때 셰프님은 당당하게 자리에 서서 카리스마를 뽐냈다. 

셰프님의 카리스마 있는 자세를 보며 이 집 우동 맛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더 배가 고파졌다. 

'혼자 주방을 다 감당해 내시는건가? 업력이 높으면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는건가?' 라고 생각할 찰나 주방장 옷을 입으신 분이 두 분 더 등장했다. 주방에는 총 4분이 움직이시고, 홀에서는 8명이 서빙을 보는 꽤 규모있는 식당이었다.

"처음 방문하신다면 뜨거운 우동보다는 수타면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붓가케나 자루우동을 추천합니다."

메뉴판에 쓰여진 추천에 따라 아내는 덴뿌라붓가케를, 난 찌꾸다마붓가케를 주문했다. 

그래. 이거 였어. 이 찰진 면발을 씹고 싶었단 말이지. 면의 식감이 참 마음에 들었고, 곁들여진 튀김도 적절했다. 부어진 소스도 짜지않고 적절했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오랜만에 오게된 면 맛집이라 정신없이 먹었다. 

찌꾸다마붓가케

뒷쪽 테이블에 불빛이 보여 뭔가 하고 봤더니 어떤 여자분이 홀로 앉아 한손에는 핸드폰과 간이 조명, 한손에는 젓가락으로 우동면을 들어올려 연출사진을 찍고 있었다. 젓가락을 든 모양새를 예쁘게 찍고 싶은 그 세심함에 놀랐지만, 나는 저러다 면 불면 맛 없을텐데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얼굴이 사뭇 뭔가의 의식을 치루는 듯 진지했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그렇게 진지한데 뭘 위해 찍는지 궁금했다. 단순히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도 저렇게 진지한걸까.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걸까. 대뜸 묻고 싶었지만 실례될까봐 그러진 않았다. 

그 여자분은 우동 두개를 주문해 각각 사진을 찍었다. 혼자와서 두개나 먹나 싶지만, 먹어보니 하나만 먹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부족한 기분도 들고, 오늘 다녀가면 또 언제올까 싶어 자루우동 하나를 더 시켰다.

자루우동

곱게 갈린 무와 파, 고추냉이를 소스에 모두 넣고 잘 섞은 후에 우동면 하나를 끊기지 않게 잘 담가넣은 후 꺼내어 먹으면, 자전거 타느라 피곤했던 몸이 금새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보양식을 먹는 건 아니지만, 맛있는 걸 먹을 땐 마음이 그저 행복해질 따름이다.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는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