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over until you win

[영화] 침묵 : 핵심은 마지막 30분, 그러나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본문

영화

[영화] 침묵 : 핵심은 마지막 30분, 그러나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캬옹몽몽이 2022. 6. 3. 10:14

설거지하며 영화보기

요즘은 넷플릭스로 영화 한편 틀어놓고 설거지를 한다. 보는 것보다는 들으면서 해야 하기에 외국영화보다는 한국영화를 본다. 오늘은 '침묵'이다.

태산그룹의 회장 임태산은 젊은 배우 박유나와 약혼을 앞두고 있다. 태산의 딸 미라가 유나에게 잠시 보자는 연락이 온 이후 유나는 사고로 죽게 되고, 미라는 도심 한복판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검거되는데, 정황상으로는 미라가 유나를 살인한 것으로 보인다. 태산은 약혼녀를 잃고 딸이 감옥에 갈 상황에 놓여 이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최민식 주연의 영화 '침묵'은 2017년 개봉작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최민식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는 그의 훌륭한 연기로 전개되지만, 너무나도 자명한 결론처럼 느껴져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

마지막 30분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임태산이 숨기려던 영상이 공개되고 그는 곧바로 수감된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진범임을 확인한 임태산이 동남아에 가서 동일한 구조의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을 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었다. 딸도 그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임태산은 자신이 지금껏 잘못 살아온 인생에 죄값을 받는 것이라며 딸을 돌려보낸다.

이 반전의 이야기와 이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최민식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루한 1시간 반을 보낸 것이 이 영화의 실패지점으로 보인다. 마지막 30분의 이야기가 볼 만 했지만, 이를 위해 쌓아가는 서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출연진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그 연기만으로 이 이야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본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 섣불리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 하고 정의해서는 안된다. 그런 단정은 사람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보기 때문 아닐까. 임태산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나란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 하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미디어의 전방위적인 확산이 이런 편린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직업, 지위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쉽게 단정지어 버린다. 기업의 총수는 돈밖에 모르는 냉혹한 인간일 수 밖에 없고, 연예인은 은밀한 사생활을 즐긴다는 이미지를 가지다가, 어느날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하고 단정짓는다.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훌륭했으나 관객 입장에서는 그 의도를 읽기까지 너무 지루해져 버렸다. 네가 만들어봐 하면 난 이 극의 1분도 만들어내기 어렵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내뱉기 쉽지 않은가. 볼만한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그 의도를 1시간이 넘게 기다리기에는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중국영화 '침묵의 추격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정지우 감독이 이를 일부 각색했다. 정지우 감독은 '침묵'을 참회와 반성의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그 상태의 기분을 말한다고 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침묵한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이는 중의적인 표현으로서의 의도이지 않았을까.  

쉽게들 결론을 내버리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그리 단편적이지 않으며 복합적인 존재다. 쉽사리 어설프게 단정지어 버렸던 순간의 내 생각을 반성해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