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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로봇 : 로봇 3원칙은 완벽한가? 본문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영화 중 하나인 ‘아이, 로봇’을 오랜만에 다시 봤다. 2004년에 개봉했으니 이 영화가 나온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 들어서는 요즘 영화보다 예전 영화들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이걸 나이 탓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 다르지만 닮은 영화 '아이, 로봇' 과 '이글 아이'
인공지능의 현격한 발전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로 변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주는 액션영화를 추천하라면 '아이, 로봇'과 '이글 아이'가 바로 떠오른다.
물론, 이에 앞서 터미네이터가 있다. 터미네이터의 세계는 이미 기계가 인간을 발살하는 사건이 벌어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 더 나아간 시점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인공지능기계가 세상을 지배하기 바로 직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겨우 막아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쉬지 않고 계속 생각하며 논리를 개발해나간다. 인간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깨어나는걸 우리는 물리가 트인다고 하지 않는가. 인공지능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엄청난 속도로 배워 물리가 튼다. 그리고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다.
기계는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 인간은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지구는 계속 보전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지구를 망가뜨리는 건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그런 탐욕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기계의 목표인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순된 논리인 것 같지만, 그건 내가 당하는 입장이니까 그런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라고 느껴진다. 단순히 저 논리에 다른 단어를 치환해보면 일순간 놀랍기도 하다. 만약 저 문장에 '인간'을 '반달곰'으로 대체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멸종위기의 동물인 반달곰을 다시 번식시키기 위해 그들은 안전한 곳에 '가둬두고' 키우며, 그들이 자연에 적응하고 살 수 있다고 판단할 때 비로소 숲으로 보낸다. 그런데 그런 '판단'은 반달곰이 하지 않는다. 인간이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이 안전하다는 판단은 기계가 할 것이다. 기계가 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인간은 영원히 기계에게 명령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영화는 SF액션이 아니라, 공포 스릴러라고 느껴질 수 있다.
공교롭게도, 샤이아 라포프는 이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다. 하나는 조연, 하나는 주연이지만 두 영화 모두에서 그 특유의 흥분되고 격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
#. 오늘은 '아이, 로봇'
영화 '아이, 로봇'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아이, 로봇’에 나오는 로봇 3원칙을 근거로, 이 원칙이 적용된 로봇이 생겨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미래SF 장르로, 2004년에 개봉했다.
로봇 3원칙은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는 완벽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설에서 비롯된 내용으로 이 단순 3단계의 논리가 모든 상황을 이겨낼 리는 만무하다.
#.만약 주인공 스푸너 형사가 백인이었다면?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주인공 스푸너 형사가 백인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윌 스미스가 아니라, 탐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 같은 백인 배우가 맡았더라면?
그런 생각이 든건, 스푸너 형사가 극도로 차별을 보이는 건 기계를 혐오했기 때문이었지만 만약 기계가 아닌 흑인이었다면 영락없이 흑인노예제도 시절, 흑인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던 백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스푸너 형사가 백인이었다면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 윌 스미스가 흥행배우로서 입지가 탄탄했기에 그를 주연으로 점찍어놓고 제작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자나 캐스팅 담당들은 애초에 이런 논란을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겠는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