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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 : 우주에서 자아찾기

캬옹몽몽이 2020. 1. 9. 19:38

애드 아스트라는 라틴어로 'Per aspera ad astra'에서 따온 제목으로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말로, 이는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케네디 우주센터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다. 

이 영화는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며, 2019.09.19 개봉해 관객수 51만명에 그쳤다.

브래드 피트의 멋진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예술영화에 가깝다. 

참 안늙어.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어느 미래에 갑자기 "써지"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전류가 급증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지구에 재앙이 찾아올 것을 염려하던 중, 알고보니 이는 오래전 인간 외 지적 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떠난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 분)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리 리 존스 분)와 관련이 있었다. 하여, 해왕성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클리포드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곳이 화성이라 로이가 그곳으로 보내진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로이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영화는 로이가 지구에서 달, 달에서 화성, 화성에서 혜왕성으로 향하는 여정을 굉~~~장히 담백하게 보여준다. 물론 그 안에서 미래에 우주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는데, 사실 그게 다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홍은미 평론가가 쓴 애드 아스트라의 평을 읽었다면 아마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감정,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관한 영화다. SF이나 액션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무난하게 혜왕성까지 갈 순 없기에 약간의 긴장감 있는 장면들이 들어가나 이게 절대 주요한게 아니라는 듯, 우주는 광활한 배경일 뿐이며, 서사를 이루는 과정은 너무 담백하다. 월드워Z와 비슷한 서사를 지녔지만 영화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은 없다. 그냥 무심하게 흘러갈 뿐. 

브래드 피트가 주연이라는 것, 우주가 배경이라는 것.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두가지 뿐이었으며 그 외에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어떤지 알았다해도 이 영화에서까지 그랬을까 싶었다. 이렇게 큰 규모를 동원한 배경에서도 그 얘기밖엔 할 게 없다는 듯 다 버렸다. 흥행을 바라고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미래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매번 심리상태를 검증받아야 하며, 승인받지 못했을 땐 별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 지구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일까. 감정의 흥분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직후에는 항상 심리상태를 점검받도록 되어있다. 주인공 로이는 지구에서 달, 달에서 화성에 도달할 때까지 몇번의 큰 사건을 겪지만 항상 평정심을 유지한다. (중반 이후엔 무너지지만...) 이 점검은 꽤나 중요해보였다. 문득 우주에서의 삶(달 또는 화성의 시설물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통제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고조로 인해 집단이 흥분상태에 다다르면 폭동으로 이어져 그동안 구축된 환경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선 지속적인 심리상태의 통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많지 않지만 대부분이 건조하다. 지속적이며 엄중한 통제가 우주개척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건 모순된 지점이다. 개척은 곧 자유를 의미하는데, 그 개척의 댓가, 그걸 유지하는데 필요한건 통제라니. 한편으론 영화에서 보여준 이 우주는 사람의 무의식에 해당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브래드 피트

브래드 피트는 배우이면서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사가 있다. Plan B Entertainment. 2001년 브래드 그레이, 제니퍼 애니스톤(당시에는 이 둘이 부부사이였다.)과 함께 설립했고, 2005년 이혼 후에는 브래드 피트가 소유중이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아직 지분을 보유한지는 모르겠다.)

플랜B가 제작한 영화는 상당수가 흥행에 성공했으며, 제작되는 영화 중 캐릭터에 맞으면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는 경우가 꽤 있다. 트로이, 머니볼, 월드워Z 등이 그렇고, 빅쇼트에서는 조연 중 한명으로 출연한다. 빅쇼트에서는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로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애드 아스트라도 플랜B에서 제작했다. 2016년에 제작된 잃어버린 도시Z에서도 인연을 맺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이번 영화의 감독이다. 그는 이 감독에게 어떤 부분에 열광하고 있는걸까? 어느 인터뷰 기사를 보니 이미 90년대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했다. 그는 제임스 그레이가 생각하는 세계관과 내용에 큰 호응을 했고 영화로 제작될 수 있었다. (친구를 잘 두면 덕을 본다는 건 이런 얘기일까.)

#리브 타일러

우주 비행사 여자친구 전문배우인건가. 큰 비중은 없지만, 리브 타일러가 캐스팅된 이유가 궁금했다. 이미 아마겟돈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지 않았는가? 그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으로 우주에 간 남친을 기다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니라는게 다른 점이긴 하나, 뭐랄까. 웃겼다. 

그리고, 리브 타일러도 늙는구나 싶었다. 그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당연하지 싶다가도 뭔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모두 나이는 먹는다. 나도, 그도,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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