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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교환의 단상 본문
책상을 치울 때마다 보이는 저 저금통. 한때 유행했던 저 과자통???을 저금통으로 쓴 이후 한번도 비워내지 못했다. 저금통에 잠들어 있는 동전들을 지폐로 바꾸지 않으면 동전이 쌓이는 만큼 게으름도 쌓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느닷없이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저금통 안에 있는 동전들은 다양했다. 500원 짜리와 100원 짜리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50원, 10원 짜리도 상당했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이렇게 모여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신용카드 발급이 일어났을 때도 난 체크카드를 썼다. 왠지 신용카드는 빚을 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빚을 지는게 맞다. 사용자는 카드사에게 약 45일 정도의 여신기간 동안 빚을 진다. 그리고 이를 갚지 못하면 갚지 않은 기간동안 높은 연체이자율이 적용된 수수료를 내야한다. 카드사는 간편결제라는 명목으로 사용자가 아닌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며, 사용자에게는 여신기일을 활용하여 대출을 해준다. 사람들은 대출이라는 단어에 경색되기에 카드사는 리볼빙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한번 빌려보라고 꼬드긴다. (리볼빙의 정식명칭은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조금 외에는 현금을 들고느다닐 팔요가 없어 카드지갑만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럼 대체 이 동전들은 어디서 온걸까.
아마도 우리집 꼬맹이들에게 적립된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의 개념이 없던 아이들은 누런 종이로 보이는 5만원권 보다 반짝이는 500원 동전을 더 좋아했다. 꼬맹이들의 활짝 핀 웃음을 보고 싶은 양가 어르신들은 가끔 이들의 손에 동전을 쥐여줬다. 그들의 손에 쥐여진 동전들은 어딘가에 사용되지 않고 곧장 저금통 안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셈법을 알게된 아이들이 500보다 50,000이 더 큰 숫자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저금통에 털썩 하는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병팔이? 로 얻은 동전이 모였었다. 캔맥주보다 병맥주가 맛있고, 한병에 2천원인 테라를 먹고 공병을 수거하는 편의점에 갖다주면 140원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실제로는 맥주 한병에 1,860원을 주고 먹는 셈이다. 맥주 한병이면 밀려드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증상은 매일 찾아왔고 어느날부터 매일 한병씩을 먹고 있었다. 어쩌면 저 동전들은 내 불안과 스트레스가 변모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돈을 버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일부 동전이 되어 돌아왔으니 복리효과를 누린 거라면 비약일까.
동전을 세어 10개씩 차곡히 쌓아놓는다. 어릴 때 배워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10개씩이 가장 합리적이다. 5개는 너무 적고 15개는 세기가 까다롭고 20개는 너무 높아 쓰러지기 일쑤다. 10개가 쌓인 탑이 늘어날 때마다 마음도 풍족해지는 기분이 든다.
은행에 가면 동전계수기가 있어 알아서 분류해주지만 그 기계가 오류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동전을 다 세고 근처 은행에 전화를 걸어 동전교환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동전계수기를 보유한 은행 지점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대에 은행 점포들도 줄어드는 마당에 계수기는 사용빈도가 적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2011년에도 동전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애물단지였나보다. 당시에는 동전을 들고 아무때나 방문할 수 없었다. 창구에 사람이 많은데 동전교환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 영업점 입장에선 난색을 표하고 사람없는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길 원했다. 동전은 보유한 이에게는 아무때나 바꿀 수 없는 번거로움을 주고 은행 지점 입장에선 돈도 안되는데 시간만 쓰는 허드렛일에 불과했다.
다행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지점에 방문했다.
창구에 있는 행원은 동전 교환은 가능하나 지폐로 교환해주지 않고 계좌에 입금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거 낭패로군. 난 이 은행에 계좌가 없다. 계열사인 증권사 계좌에 입금할 요량으로 이 은행에 온 건데.
왜 입금만 가능한거죠? 라고 물었더니,
동전교환은 해당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 이라고 했다. 뭐 여기가 공공기관은 아니니까.
이체는 될까요? 라는 물음에 타행이체 수수료가 2,000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느낌.
모바일 거래는 요새 대부분 이체 수수료가 없다. 핀테크가 금융시장을 흔들며 경직되어있던 은행을 흔들어댔고 사람들을 모으려면 이체수수료는 무료로 제공해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체수수료가 은행의 주수입원도 아니었고.
나로서도 은행에 직접 찾아온 건 꽤 오랜만이다. 동전만 아니었다면 올 일도 없었을테고. 곤란해하며 허둥대자 안쓰러웠는지 그 행원은 편의를 봐주며 현금으로 바꿔줬다. 감사를 표하고 모바일로 계좌 만들 때 그 행원의 이름을 추천인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전을 교환하고 싶다면?
1. 방문하고자 하는 해당은행에 계좌가 있는지 확인하고,
2. 해당 지점에 동전계수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문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