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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over until you win
어제 퇴근길에 무선이어폰이 말썽을 부려 작동하지 않았고, 다시 충전을 잘했다고 생각해 아침에 자신있게 켰는데 여전히 안켜지길래 이젠 고장이 난건가 싶었다. 회사에서도 생각나면 가끔 켜지는지 시도해 보다가 늦은 퇴근 무렵 다시 작동하는 걸 보고 퇴근과 출근을 함께 하지 못한 보상심리에 오늘 퇴근길에는 줄창 유튜브를 봤다. 윤종신이 윤상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는 영상이 궁금해 봤더니 몇년전에 KBS에서 '건반 위의 하이에나'라는 방송이 있었고, 노래 한곡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컨셉이라는 걸 알게 되어 검색해 노래 부르는 영상만 따로 모아서 보게 되었다. 정재형이 만든 노래를 정승환이 부르는데,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듣다 울컥해버렸다. 늦은 시각 지하철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지만 뜻..
회사가 상암으로 이사가면서 출퇴근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집을 나서 회사 사무실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무려 2시간으로 하루에 4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이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마음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주까지는 넷플릭스의 수장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규칙없음'이 흥미로워 그럭저럭 읽었는데, 이번주는 출퇴근 시간에 단 한줄도 읽지 않아 죄책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원인은 무선이어폰이다. 집을 나서 역까지 걸어가는 15분 동안 멍하니 걷기 싫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역에 도착해 지하철 탑승구에 서면 자연스레 가방에서 책을 꺼내야 하는데, 그 찰나의 귀찮음은 내 손을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가져간다. 그리고는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등을 뒤적거린다. 자리가 나서 앉게 되면 책을 꺼내기가 ..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길래 바로 머리를 말려줬다. 둘째 박죽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계속 기다렸다길래 책을 가져오라고 했다. ‘꿈을 먹는 요정’ 이 책은 첫째 욱국이가 학교숙제로 필사할 때 사용하는 책이었다. 이걸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박죽이가 가끔 무서운 꿈을 꾸기 때문이다. '단잠나라'에서는 편안히 자는게 제일 중요해서 잠을 제일 잘 자는 사람이 왕이 된다. 그런데, 왕의 딸인 '단꿈공주'는 악몽 때문에 잠을 잘 못잔다. 악몽을 치료해줄 사람을 구할 수 없자 왕은 직접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우여곡절 끝에 '꿈을 먹는 요정'을 만나게 되어 결국 단꿈공주의 악몽을 치유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요정은 당사자가 주문을 외워 초대를 해줘야만 꿈 속에 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습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는 단지를 오른쪽으로 돌았으니 오늘은 왼쪽으로 돌아보기로 마음먹고 걸었다. 처음부터 뛰면 무리가 올까봐 조심하며 걷다가 약간의 내리막에서 뛰었다. 어제와 모두 반대로 했다. 왼편으로 걸으며 보는 풍경은 어제와 완전히 달랐다. 버스와 나란히 뛰다가 마주보며 뛰니 기분이 더 역동적이었다. 우리 단지내 상가에는 맥주집이 하나 있다. 뛰어난 맛집은 아닌데 위치가 뛰어났다. 반경 50m내에 저녁때 마땅히 갈만한 밥집, 술집이 없을 뿐더러 야외 테이블이 있어 마실로 사용하기에 적절해 주요한 손님이 단지내 엄마들이었다. 한산한 곳이라 뭔가 약간이라도 차리고 나갈 필요도 없거니와 상가앞은 공터라서 애들을 풀어놔도 크게 걱정이 없다. 그 맥주집은 주로 금요일이 붐볐다. 아이들..
지속적인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두번을 실패했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도전을 시도할 것이며 앞으로는 그 도전을 기록으로 남겨놓기로 마음먹었다. 두번째 실패 후 그냥 내려놓기에는 내 뱃살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예전엔 먹고난 뒤 찾아오는 포만감을 즐겼지만, 이제는 배불러서 몸을 가누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불편함을 어디론가 보내고 싶다. 사실 기록은 에버노트에 해도 관계없다. 하지만, 약간 공개적인 선언으로 약간의 부끄러움 마저 없다면, 세번째도 오래가지 못하고 내려놓을 것 같아 약간의 강제성이 들어있다. 또한, 이 기록으로 내 글쓰기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깃들어있다. 고작 하루 1시간 정도의 운동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점심은 먹었고, 저녁은 먹지 않았다. 하지만, 몰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에는 600년된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그 나무는 치워지지 않았고 안내문이 쓰여있었다. 오랜동안 살아있던 탓인지 쓰러진 나무에게도 배려가 있어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건 배려일까 이용일까.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 비용보다 이를 이용하는게 더 나았을까 싶은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2006년 태풍이 와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한다. 600년만에 처음 태풍은 아니었겠으나, 그 이상은 버텨내기에 어려웠을까. 딱 그만큼이 그의 수명이자 운명이었을까. 2006년 태풍은 그 버텨냈던 세월 중 제일 힘들었을까. 그 나무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나무는 그저 한 곳에서 커가기만 했지만 역사의 세월 속에서 무엇을 봤을까. 쓰러진 나무를 보다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마스크를 쓴 풍경을 제외하면 이제는..
모두가 잠든 밤. 하염없이 불타오르는 불길을 응시한다. 목적없이 그저 타오르며 날아가는 연기를 보고 타들어가는 나무를 보며 대체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뒤로 하고 무념무상이 되어간다. 삶에서 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 쉼은 속절없는 늘어짐보다 무의식의 세계에 빠지는게 더 나을 법 하다. 재가 되기 전까지 마지막을 향해 불거진 숯덩어리들은 마지막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주변을 밝힌다. 그들의 마지막이 끝나면 내 쉼도 끝날 것 같아 조바심 나도 그 시간은 속절없다 여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무얼 찾을 것도 아니면서 그저 끝까지 타오르길 바라며 한없이 지켜본다. 시끄럽고 재잘되는 파티는 끝이 나고 고요가 찾아오면 마음도 진정되어 다음을 준비할 힘을 준다. 타올라라. 그 마지막까지.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참으로 오래간만에 "독서실"에 왔다.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 덕분에 인근 커피숍으로 발길을 향하려다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인적이 드문 곳을 생각하다 독서실이 생각났다. 근처에 독서실이 있나 검색해봤더니 신해철거리 주변에는 꽤 많은 독서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 중 "On the desk"라는 곳이 괜찮아 보였다. 하루 만원. 구성된 인테리어가 최근 것이라 괜찮았고, 사방이 막혀 있어 홀로 있기 좋았다. 다만, 아무런 소음이 없기에 외려 노트북으로 타닥거리는 소리가 크게 느껴져 조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독서실을 와본건 20년도 더 됐다. 수험생 시절을 제외하곤 방문해본 기억이 없다. 당시 동네 독서실은 기억에 하루 천원이었다. 한달권을 끊으면 만오천원 정도였던가. 그 시절 독서실은 공부를 하기 위한 곳..
2020년이 밝았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싶다면 일출을 보러가자. 경자년을 맞이할 해돋이 명소가 있어 이를 지도에 표시해봤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곳은 하늘공원, 두물머리 정도이며, 가장 멀리 성산일출봉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흔히들 젊은 시절에는 정동진을 가게 되는데, 기억에 그리 남지는 않았다. 밤에 운전해서 출발해 새벽에 정동진에 도착해도 해를 보고 나면 졸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위치를 봤을 때, 호미곶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의미가 있겠다. 또한, 보리암이나 향일암에서 일출을 맞이하면 경건한 마음으로 한해를 맞이해볼 수 있겠다. 새해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연중 어느 때라도 새로운 마음을 다잡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해돋이를 ..
김태호 PD는 지금 현재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할 때도 그래왔지만 일부 실험적으로 해보고 부족함을 채워주고 다시 확장해 좀 더 크게 해본다. 무한도전에서 매년 진화한 가요제가 그런 형태의 완성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아무 예고도 없이 한강공원 한복판에서 그것도 땡볕이 내리쬐는 평일 낮시간에 간단한 가요제를 진행한다.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고 난 후에는 무도멤버와 음악인의 팀구성까지도 이야기에 집어넣는다. 얼마전부터 무한도전이 멈춘 후 비어있다고 느껴졌던 그 시간대에 김태호PD가 다시 돌아와 예능을 시작했다. "놀면 뭐하니" 유재석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을 제목으로 달아놓고 짐짓 쉽게 가는 척 한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지인의 지인을 통해 돌아다니는 걸 편집해 방송하고, 동시에 유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