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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over until you win
글 마시 캠벨, 그림 코리나 루이켄, 옮김 김경미, 펴낸 곳 도서출판 다산기획 클로이는 말을 가지고 있다는 에이드리언을 의심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그가 말을 절대 가질 수 없었다. 에이드리언은 도시에 살며, 집이 작아 마당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이고, 가난했다. 이 책의 화자인 클로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읽어주는 동안 나는 클로이의 시각과 같았다. 대체 말이 어디 있다는 거야? 그 말은 상상 속에 존재했다. 에이드리언은 상상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의 상상 속에 살고 있는 말은 "하얀 털과 황금빛 갈기가 있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진한 갈색 눈을 가졌"다고 했다. 에이드리언의 말을 받아들이고서야 비로소 클로이의 눈에 말이 들어왔다. 어지러히, 들쑥날쑥 뻗어있는 잡초들과 꽃들 ..
1999년작, 로맨스/코미디, 2시간 4분 적어도 50번은 족히 보지 않았을까. 집에 티비가 있던 시절에는 케이블 채널 곳곳에서 나왔다. 나온지 오래되서 저작권료가 저렴한지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시간에 편성해 틀어줬다. 그걸 다 보고 있는게 우습지만, 소파에 누워 멍하게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대부분 멈추고 봤다. 아이들 덕분에 집에 티비가 치워지자 하릴없이 채널이나 돌리던 버릇도 치워져 버렸지만, OTT의 시대가 도래한 덕에 넷플릭스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채널을 뒤적거리는 대신 넷플릭스 컨텐츠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는 새로운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들락거리다 노팅힐을 발견했다. 그 때부터였나. 자기전 안정제 복용하듯 자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뻔한 영화를 왜 그리도 열심히 볼까? #..
2012년작, 범죄/액션/느와르, 2시간 14분 영화 개봉 이후 TV/케이블에 팔리자 이 영화는 쉴새없이 나왔다. 영화채널에선 밤 10시 이후에 단골손님으로 편성되었고, 이런 특집, 저런 특집을 빌미삼아 많이도 방영되었다. 나는 그덕에 이 영화를 정말 원없이 봤다. 틀면 나오는 이 영화가 지겹지 않았고,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정청은 곧 황정민이었고, 황정민이 곧 정청이었다. 이중구를 연기한 박성웅은 간악함을 마구 펼친 탓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도 이 간악함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각인되어 버렸다. 최민식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촌스럽지만 잔인한 연변 거지들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서로가 두뇌싸움하는 스릴러적 요소와 한판 거하게 벌이는 액션신, 마지막 모든 걸 정리해버리는..
어젯밤 기름진 KFC 치킨이 떠올랐다. 일반 치킨 집에서 먹는 그런 치킨 말고, 한입 베어 물면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그 기름진 KFC 치킨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점심시간 즈음에 집근처 KFC 매장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는 희한한 구성을 가진 매장이 있는데, 버거킹과 KFC가 나란히 있는 것이다.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나란히 있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주인이 같으니까. 그런데, 주인이 다른 버거킹과 KFC가 나란히 있는 건 정정당당히 겨뤄보자는 뜻인가, 아니면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일까.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해보곤 한다. 버거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KFC 문은 닫혀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이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수익성 때문에 시간을 조정한 듯 했다. 문이 열리기를 기..
제니퍼 로페즈와 매튜 맥커니히의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2001년작, 로맨스/코미디, 1시간 44분 #. 관객들을 흐뭇하게 웃게 만드는, 연출이 좋은 영화 메리 피오네(제니퍼 로페즈 역)와 스티브 에디슨(매튜 맥커니히)는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되어 첫눈에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웨딩 플래너로 완벽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던 메리는 이번 의뢰가 스티브와 프랜(브리짓 윌슨)의 결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게 되는데... 메리는 사실 이전에 약혼자가 결혼식 전날 다른 여자와 뒤엉켜 있는 사실을 알고 파혼한 전적이 있기에,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프랜에게서 스티브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한편, 스티브와 프랜은 오랜 시간 사귄 후 결혼하게 되었지만, 서로가 정말 사랑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메리에게 ..
하동 여행을 마무리하고 구례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아내가 찾아준 순대국밥집. 가야한다. 아내는 순대국밥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순대국밥을 외쳤다. 감사합니다!!! 특이하게도 금요일에만 순대국밥을 판다는 이 '한우식당' 은 이른 시간인데도 줄이 길어 20분 정도를 기다렸다. 가게 앞에는 순대를 삶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피순대에 군침을 흘렸다. 국밥 하나만으로도 괜찮을 듯 한데 나오는 반찬이 정갈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맛본 김치도 맛이 괜찮았다. 그릇에 가득한 국밥은 푸짐했고, 아내는 나에게 내장을 일부 덜어냈기에 먹기도 전에 풍족함을 느끼며 시작을 즐겼다. 윤종신 님도 다녀가시고, 허영만 ..
하동 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긴 아쉬워 남원으로 빠졌다. 아내는 미술관에 들러 아이들이 관람할 수 있기를 원해 검색을 해보니 남원에는 시립미술관이 있고, 마침 아내가 좋아하는 옻칠공예전시가 있다고 하여 목적지로 정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멋진 건축물이었다. 특히 앞으로 툭 튀어나온 2층 구조는 조만간 출발이라도 할 준비를 하는 우주선 또는 배의 조종실처럼 느껴지는 현대식 건물이었다. (난 사실 마크로스를 떠올렸다.) 건물의 앞쪽에는 계단식으로 이뤄진 넓은 층을 이룬 연못식 구조가 만들어져 있어 미술관이 넓고 개방적인 인상을 주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1층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에서는 옻칠공예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었..
그들은 성공한 애니메이션을 어떻게든 실사화시키고픈 열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을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 한다는건, 독자들이 가진 각자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궁금증을 증폭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만화는 이미 그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또렷이 박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변주하기도 어렵고, 재구성하기도 어려울 따름이다. 그저,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잘해야 본전이다. 그럼에도 왜 계속 이런 시도가 일어나는 것일까. #. 잘해야 본전인 실사 영화에 투자하는 이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찾아보니 대부분 그러하듯 자본주의 관점에서 출발하는데, 저작권료가 굉장히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저작권료를 바탕으로 시작하니..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며,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2022년 8월 개봉작 ‘비상선언’ 두시간이 넘는 이 긴 영화는 크게 세가지 파트로 구성이 이뤄져 있다. 류진석(임시완 역)의 범행이 이뤄지는 긴박한 서스펜스, 바이러스의 행적을 역추적하려 고군분투 하는 형사 구인호(송강호 역), 비행기의 기장, 부기장을 대신하여 돌아갈 발판을 만드는 기장 출신 박재혁(이병헌 역)에 중심이 각각 쏠리며 진행된다. #. 숨막히는 긴장감 최고 영화가 시작되고 서서히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언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류진석의 행동, 그로 인해 급작스럽게 한명씩 쓰러지는 승객들로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비행기는 추락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후 착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본은 자위대 전투기로 위협사격 등으로 착륙을 시도할 수 없게..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 최영선 옮김 #. 누구나 가진 약점, 컴플렉스 누구나 컴플렉스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난 어릴 때부터 내 두꺼운 다리가 컴플렉스였다. 상체는 말랐는데 하체만 두툼하니 어떤 옷을 입어도 테가 나지 않았고, 내 두꺼운 다리가 드러날 까봐 밖으로 나갈 땐 반바지는 되도록 입지 않았다. 거리에 나가 다리가 날씬한 사람들만 보면 한없이 부러웠고, 바꿔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매끈한 다리는 내 이상향과도 같았다. 내 다리는 단순히 살을 뺀다고 빠지는게 아니었다. 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났고, 마사지를 한다고 예쁜 다리가 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다. 어릴 때 아빠가 다리 마사지를 많이 해줘서 다리가 날씬하다는 옥주현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매일 다..